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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ㅣ 아시아의 거인들 2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823/pimg_771993184889610.jpg)
<반기문과의 대화>는 톰 플레이트와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화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다. 대화가 주가 되기는 하지만, 대화 전 기다림, 작가가 바라보는 반기문 등 인물감상내지 평전같은 요소도 많다. 따라서 일반적 인문서와 약간 다르고, 에세이같은 느낌이 일부 있다. (대화만을 그대로 옮긴 부분도 있는데, 1장 말미의 '유순택여사와의 대화'가 그것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공식 인정한 유일한 책!]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인간 반기문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인생역정, 공직생활, 유순택여사와의 사랑, 사무총장 취임초기의 어려움 등. 특히 마지막 항목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간, 반기문 사무총장의 업적이라던지, 활약상만을 전해 들었기에 어려움 따위는 없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취임초기 주요 언론매체들은 '유엔 사무총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폄하하는 기사를 쏟아냈고'(p.118), 유엔 관료들은 '자기 영역에 침입한 낮선 세력을 경계하듯' 신임 사무총장을 대했다. 거기다, 반기문 총장역시 서구언론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은 결국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임에 성공한다.
노무현 대통령시절, 외교정책 보좌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던 반기문 총장이었기에, 그가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도 인상적이었다. 반기문 총장은 말한다. "노 대통령은 저를 가정교사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중략) 노 대통령이 제게 그러더군요. '반 대사, 우리에게는 외교통상부 장관이 있습니다. 그러니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의 임무는 그 사람이 하게 합시다. 대신에 반 대사는 내 가정교사가 되어주세요. 나는 외교정책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p.83) "노 대통령은 편견이 없고 솔직한 분이었죠. 마음속에 뭔가를 숨겨두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p.83)
반기문 총장이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UN여성기구(UN WOMEN)를 설립했다는 것은 무척 자랑스러웠다. 유엔에 그간, 여성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기구가 없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걸 처음으로 만든 인물이 반기문 총장이라니. "저는 전임자들과는 달리 양성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해 아주 열심히 일해왔습니다. 남성들이 독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여성을 앉힌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척 힘들었습니다. '남성들의 세계'에서 반대가 많았죠."(p.205) 반기문 총장도 무척 자랑스러워 하는 듯 하다.
이 책에는 놀랍게도, 반기문 총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상당하다. 처음엔 상당히 당황했다. 하지만, '세계가 바라보는 반기문 총장, 혹은 우리의 솔직한 모습이지 않을까?'란 생각에 마음을 진정시켰다.
몇몇 부분을 보자. 1) 재해재난을 당한 국가를 방문하고 지원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저자는 [낙하산 인도주의](p.35)라고 폄하한다. 그리고 반기문 총장이 이런 활동을 전임자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2) 반기문 총장이 아프리카를 방문하여, 자신의 어려운 경험을 이야기하며 격려해 주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프리카 학생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자기들이 처한 상황을 조금은 감사하게 여겼을지는 의문이다."(p.90)라고 꼬집는다. 이외에도, p.118상단, p.183하단, p.222상단 등에서 상당히 비판적인 (때로는 삐딱한) 시선을 보인다.
<반기문과의 대화>는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7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을 비롯, 부인을 대동하고 만난 6차례의 대화를 담고 있다.(앞날개 참조) 이처럼, 이 책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직접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유일한 책이다. 또한, 저자는 마치 에세이를 쓰듯 쉽고 경쾌하게 대화를 재구성하여, 인문서의 딱딱함을 덜어낸다. 대화 중간중간, 생생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 한가지 아쉬운 점. 톰 플레이트는 한국과 일본간 역사문제와 이 때문에 파생되는 갈등에 대해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무척 실망이다. 톰 플레이트는 "전쟁 성노예에 대한 기억은 국내 정치에서 아주 첨예한 문제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언제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p.239)라는 식으로 서술한다. 즉, 한국측이 여론을 의식해서 전쟁 성노예문제를 반복적으로 문제화시킨다는 투다. 거기다, 반기문 총장의 다음 코맨트를 강조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성실하게) 협상해야 합니다. (중략) 한국과 일본이 조화롭고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길 바랍니다."(p.240) 마치, 일본은 협상할 준비가 되었고 협상하려 하지만, 한국이 협상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