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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안나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 대한 오마주다. 마음 같아서는 두 작품을 비교해 보고 싶지만, <안나 카레리나>를 읽지 않았다-_-. 일단 지금은 안나K의 매력에 집중하겠다.
제목부터 설정까지, 안나K가 부각되기에 "안나K의 일대기를 다룬건가, 안나K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겠네."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니다. 물론, 안나K가 핵심인물이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안나K를 둘러싼 인물들(예컨데, 사촌동생 카티아, 카티아를 좋아했던 레프, 운명의 남자 데이비드 등)의 이야기도 거의 대등한 비율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이 책이 안나K의 절대적인 1인극은 아니라는 것.
<안나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의 핵심 줄거리는 이러하다. '안나 로이트만'(안나K)은 늦은 나이에 알렉스K를 만나 결혼(p.52)한다. 하지만, 안나K에게 결혼생활은 뭔가 결핍된 듯, 건조하고 퍽퍽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남자(데이비드)를 알게 되고, 얼마 후 운명적으로 재회(p.116)한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데이비드는 안나K의 사촌동생 카티아의 약혼자였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약간 통속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남녀간의 엇갈린 사랑처럼 재미있는 주제도 없다.
작가 이리나 레인의 자전적 요소를 찾는 것도 작품을 읽는 묘미이다. 안나K의 초등학교 시절 왕따경험(p.76이하)은 충격이었다. 미국으로 이민온 지 얼마되지 않아, 안나K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영어는 NO였다. 안나K를 괴롭히던 아이는 이를 알고 "피자 좋아 하냐?"라고 묻는다. 안나K는 힘없이 NO라고 말했고, 좋아하는 피자를 빼았겨 버렸다. 또한 화장실 칸막이로 고개를 들이밀어서 안나K를 크게 놀래켰고, 이 때문에 안나K는 하루종일 오줌 참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안나K가 문예창작강의를 듣고, 단편소설을 써보는 장면(p.45)도 있는데, 이 역시 자전적 요소로 읽혔다.
구성상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안나K의 이야기 중간중간, 과거의 첫사랑 이야기, 유년시절 추억, 러시아의 풍속 등이 끼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속도감있는 전개를 원하는 이에겐 불만요소겠지만, 안나K의 입체적인 면모, 이야기의 풍성함을 원하는 이에겐 긍정적이다.
<안나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소설적 재미뿐만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문화, 풍습 등까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리나>의 오마주인 만큼, <안나 카레리나>를 읽은 다음 읽는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