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사회학 - 콩트에서 푸코까지, 정말 알고 싶은 사회학 이야기
랠프 페브르 외 지음, 이가람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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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무 살의 사회학>은 사회학의 핵심개념(기본개념)을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소설의 재미와 사회학의 기본이 제대로 버무려진, 가히 혁신적인 작품.

 

전공과목을 어려워하던 대학생이라면, "어디, 쉽고 재미있는 개론서 없나?"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런 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사회학과 소설을 결합하여 해당 학문의 기초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가 사회학 지식과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모두 갖추어야 하고, 공동 저자로 작업한다 해도 효과적인 서술이 가능할 지 의문이기 때문.)

 

 2.

 

프롤로그(제0장)는 랜돌프 교수, 암람 교수, 학부생 이마 사이에 오간 이메일로만 구성되어 있다. 17페이지 가량 이어지는 내용의 핵심은 '기존 사회학 교재가 학생들의 수준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새로운 형식으로 실험적인 교재를 서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

 

1장부터는 사회학 전공인, 여대생 밀라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새내기 여대생의 아버지는, '더러운 신용사기죄'(p.38)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밀라 역시 대인기피증에 가까울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만난 '재스민', '서시', '아나', '투니'와 친구가 되어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조금씩 사회학의 핵심개념을 익혀간다.

 

각 장마다 사회학의 중요주제를 하나씩 다루는데, 주로 개성있는 조연을 등장시켜, 밀라와 논쟁을 벌이거나, 서로 문답하는 형식으로 설명한다. 주인공 밀라와 친구들은 고정이고, 대립되는 인물들은 장마다 달라서 연작소설 느낌도 난다. 예를 들어 보자. 제2장 [개인 탓? 사회 탓?]에서는 심리학 전공인 개리슨 일행이, 제3장 [감정에 대한 감정적 논쟁]에서는 에니드 이모와 이모의 아들 '아룬'이 등장하며, 제7장 [조금은 비정상적인 밤]에서는 택시기사가 각기 밀라의 상대역.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은, [밀라, 에니드 이모 VS 에니드의 남편, 아룬]의 구도로 두 가지 이론(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신체 반응이 다른게 해석된다는 견해 / 우리의 감정뿐 아니라 신체적 반응까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즉 반응 자체가 사회의 산물이라는 견해)(p.107이하)을 설명한 제3장. 괴짜 강사 '버트런드'(p.257)가 핵심인물이 되어, 섹스와 몸을 주제로 푸코의 권력이론을 풀어낸 제9장이다. 제9장은 마치,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대학 강의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해서, 더욱 생생했다. (물론, 현실의 우리나라 대학 강의실은 치열한 논쟁이 거의 없죠ㅋㅋㅋ)

 

 3.

 

뒤 표지에 실린 송호근 교수의 추천사를 보면, '학부 시절 읽었던 사회학 개론서에 등장하는 해박한 학자들은 정답을 이미 알고서 우리는 훈육하는 거룩한 외계인이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놀라운 비유.) <스무 살의 사회학>은 외계인을 한방에 몰아내고, 사회학이 우리의 주변과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친한 친구임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소설의 형식속에서 다소 추상적인 사회학 이론을 구체적이고 재미있게 설명했다는 점이 이 책의 위대함이다.

 

<스무 살의 사회학>은 사회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블!, 일반 독자들에게는 쉽고 정확한 교양서가 될 것이다.

 

 

 

 

* <스무 살의 사회학> 각 장의 첫 부분에 일러스트가 실려 있는데요. 이어질 논의의 핵심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건 포토리뷰로 따로 올릴께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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