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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1.
"이건 진짜배기다!"
<허구추리-강철인간 나나세>(이하, 허구추리)를 읽고 나서 처음 튀어나온 말입니다. 만화적 상상력이 넘실대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생생한 캐릭터는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거기다 예상치도 못했던 사회파적 비판의식까지. 쟁쟁한 거장들을 제치고, 제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거머쥔 작품이란 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심사위원 분들 보는 눈이 있으시네ㅋㅋㅋ)
2.
<허구추리>는 묘한 삼각관계(?)인 이와나가 코토코, 사쿠라가와 쿠로, 유미하라 사키가, 아이돌 귀신 '강철인간 나나세'를 물리치는 설정입니다. 먼저, 등장인물을 분석해 보죠.
1) 이와나가 코토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야외취침을 즐기는^^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이상형 남자에게 "저랑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볼래요?"(p.29)란 돌직구를 날리는 화끈,발랄한(ㅋㅋ) 여고생이죠. 이와나가는 야외취침 습관때문에 '크나큰 사건'(p.41이하)에 휘말립니다. 요괴들의 선택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이 사건으로 인해 이와나가는 [요괴들의 지혜의 신]이 됩니다. (대가로 이와나가는 '뭔가'를 빼앗기는데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2) 사쿠라가와 쿠로
'산양을 닮은'(p.20) 초식남으로, 이와나가의 [현]남자친구, 사키의 [전]남자친구입니다. (이렇기에, 사실 '삼각관계'라는 표현은 정확한 건 아니죠. 전직,현직의 관계니까) 쿠로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습니다. 작품에서도 초반에는 감추어져 있다가 서서히 밝혀지는데요, 그건 바로 [ㅋX과 ㅇXXX를 먹고, '두가지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두가지 능력이 뭔지는 스포일러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능력 ①은 p.141을 참조하시고, 능력 ②는 p.200,201을 참조하세요.)
3) 유미하라 사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훤칠한 미녀'(p.22)로, 쿠로의 이상형이자, [전]여자친구입니다. 쿠로보다 연상이에요. 사키는 '캇파'때문에 쿠로와 헤어졌고, (둘이 헤어진 보다 정확한 이유는, p.57과 p.141을 참조하세요.) 현재는 여자 경찰입니다.
3.
[강철인간 나나세]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글래머 아이돌 '나나세 카린(나나세 하루코)'는 악의적인 루머에 시달리다, 매스컴을 피해 도피합니다. 허나, 곧 공사 현장에서 철골에 깔린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은 사고사로 일단락 짓습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이상한 소문이 떠도는데, '나나세의 귀신이 아이돌 시절의 의상을 입고 자신을 뭉갠 철골을 든 모습으로 사람을 습격한다'(p.62)는 내용입니다. 놀랍게도, 이는 헛소문이 아니었습니다. 강철인간 나나세는 XXX를 살해(p.208)하는 등, '실제 존재하는 귀신'이었던 겁니다.
강철인간 나나세의 탄생은 '빨간 마스크'(p.157)와 같은 도시괴담과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나가와는 강철인간을 [현대인들의 망상과 바람이 빚어낸 '상상력의 괴물'](p.156)이라 정의합니다. 이나가와의 말을 좀 더 들어보죠.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꾸며낸 이야기였죠. 하지만 이름과 형태를 얻은 허구는 수천, 수만, 수십만이나 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를 박고 여러 사람들을 오가면서 점점 피와 살을 붙여나가, 결국 실체를 얻게 되죠. 바로 사람의 상상력이 괴물을 낳은 겁니다."(p.158) 작가는 이어, 패스트푸드점에서 지렁이 패티나 쥐고기를 사용한다는 괴담(p.168), 카마이타치 현상(p.170)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작품을 떠나 그 자체로 흥미진진 했습니다.
4.
이와나가, 쿠로, 사키는 두가지 측면에서 강철인간과 대결합니다. 첫번째, 물리적 격돌은 사쿠가라와 쿠도 VS 강철인간 나나세. 쿠도와 강철인간은 '백 단도 넘는 높은 계단'(p.271)위에서 달빛을 조명삼아 한편의 영화와 같은 대혈투를 벌입니다. 쿠도는 자신의 능력 ①,② (각각 p.141 / p.200,201 참조) 활용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잡아 냅니다.
두번째, 정신적(상상력의 세계) 대결은 이와나가 코토코와 유미하라 사키 VS 강철인간의 배후세력인 ㅅXXXX XX. (스포일러 때문에) 이와나가와 사키는 강철인간 괴담을 압도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상상력의 괴물'인 강철인간을 물리치고자 합니다. 강철인간을 구체화하고 괴담을 더욱 확산시켰던 '강철인간 나나세 종합사이트'에서 [강철인간 나나세 공략의회, 개회선언](p.278)을 함으로써 대결이 시작되죠. 이 부분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특정 의견이 올라왔을 때, 논의가 이어지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집니다. 또한, 이와나가와 사키가 존재하는 강철인간을 허구로 만들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작업은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인터넷, 인터넷 여론재판에 대한 일종의 풍자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와나가 일행은 강철인간 나나세를 물리칠 수 있을까요? 결말 관련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강철인간의 배후세력인 ㅅXXXX XX가 지나치게 모호하는 것입니다. 시로다이라 쿄 역시 이 점을 의식했는지, 왜 ㅅXXXX XX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2차례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1) p.266,267에서 사키가 묻고, 이와나가 대답하는 형식. 2) p.392,393에서 사키가 묻고, 쿠로가 대답하는 형식. 그러나, 잘 이해되지는 않네요.
5.
<허구추리-강철인간 나나세>는 만화적 설정을 통해, 요괴, 도시괴담, 본격추리, 사회파적 비판의식까지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을 써내는 작가를 이제야 알았다는 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왜 지금까지 몰랐던 걸까요? ㅋㅋㅋ p.394에서 작가는 후속편의 여지를 남겨 두었습니다. <허구추리-강철인간 나나세>의 후속편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 유미하라 사키는 소고기와 생선을 먹지 못하는 걸로 나옵니다. 저 역시 소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아서 이상하게 공감이 됐어요.
* 목차에 실린, 한국어판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보니, 만화책을 찾아보고 싶어요. 쿠로는 완전 미소년, 강철인간 나나세는 귀신 같지 않고 섹시함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