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는 좁은 마을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외국인들을 열등하다고 단정해 버린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시나징'과 '조센징'이라는 말은 대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가?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사람들이 그런 모순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변변치 못한 머리인 것에 중학생이었던 겐토는 그만 질려 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서 겐토는 일본인이 저지른 제노사이드를 알고 오싹했다. 관동 대지진 직후 '조센징이 방화를 저지르고 우물에 독을 푼다'와 같은 유언비어가 나돌자 정부와 정치가, 신문사까지 이 근거 없는 소문을 흘리면서 일본인들이 수천 명의 조선 반도 출신 사람들을 말살하도록 부추겼다. 총이나 일본도, 방망이 따위로 사람들을 가지고 놀다가 살해하는 것으로 모자라 희생자를 땅 위에 눕혀 묶어 놓고 트럭으로 치고 나가는 잔학한 행위까지 벌어졌다. 일본이 조선 반도를 무력으로 식민 지배한 것이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켕기는 구석이었던 탔에,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가 오히려 흉폭함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폭력이 한계치까지 달해 조선 반도 출신의 사람으로 착각하고 일본인을 살해한 일도 많았다. (이어서)-170,171쪽
인종 차별주의자인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현장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대량 학살에 가담했을 것이다.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 감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무언가 계기가 주어지면 그들 안의 잔인한 감정이 폭발하여 살인자로 돌변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마물이 스며들어 있는 것일까? 살해당한 사람들의 공포와 아픔은 어떤 것일까? 일본인의 무서움을 일본인은 알지 못한다.-170,1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