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로 무섭고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후지게 나이 먹는 것이다. 내가 절대로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지 하는 모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왕년에는'을 말머리 삼아 옛날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사람, 자기 생각과 경험이 세상 전부이고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나이 들수록 자신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니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기 경험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인 양 절대화, 일반화하는 것은 정말 들어줄 수가 없다. (중략) 또 하나는 자기 손에 있는 것을 쥐고만 있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움켜쥐고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추하고 초라하여 딱해 보인다. -39쪽
혹시 당신도 내 친구처럼 인생의 오르막길이 힘겨워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가? 내 경험상, 안간힘을 쓰며 붙들고 있던 끈을 '나, 이제 그만 할래'하고 놓아버리면 그 순간은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 같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포기의 고통'은 더욱 깊고 오래갔다. 어쩌면 그 어려움이 마지막 고비였을지도 모르는데, 그것만 넘었으면 문이 열렸을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후회막심이었다. 돌이킬 수 없기에 그 후회는 더 뼈아프다. 그러니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한발짝만 더 가보는 거다. 이제 정말 그만 하고 싶을 때 한 번만 더 해 보는 거다. 딱 한 번만 더 두드려보는 거다. 집주인이 문 뒤에서 빗장을 열려던 참인데 포기하고 돌아선다면 너무나 아까운 일 아닌가. 그러니 내가 이렇게 말할 수밖에.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108,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