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랑 예술가의 삶과 진실 3
앙드레 드 헤베시 지음, 정진국 옮김 / 글항아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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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랑>은 <라파엘로, 정신의 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와 더불어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통일성 있고 아름다운 표지에 혹해 '같은 작가의 작품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가가 다르다. 역시 작품 스타일이나 미묘한 느낌에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직접적으론 작품별-위에 세 작품-비교를 가능하게 하고, 간접적으론 전기문학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게 한다. 이하에서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와 이 작품을 비교해 보며 이야기하겠다.

1) 구성과 문학적 시도.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이하 B)가 인물, 사건별로 각 장을 짧게 끊는 데 반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랑>(이하 A)은 그렇지 않다. 작가는 문학적 시도를 하면서 소설처럼 길게 이어지는 서술을 한다. 조반니 파피니가 우려했던 지루함은 문학적 장치로 어느 정도 희석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A에서는 B에서 볼 수 없었던 문학적 과장과 수사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p.39 둘째 문단과 p.42 '집은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포도밭 허리쯤에 무성한 올리브나무들로 포도잎이 얽혀 있었다. 이마에 붉은 양모 술을 내려뜨리고 희고 큰 황소들이 아르노 강의 계곡으로 이어지는 흙 먼지투성이 길에서 수레를 끌었다.'같은. 이는 전기의 딱딱함을 완화하지만, 서술의 객관성내지 신뢰성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2) 역사추적과 기행문. B는 미켈란젤로를 둘러싼 사건과 주변인물을 분석하고 추적하는 역사추적 같은 느낌이다. 반면 A는 작가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흔적을 되짚는 기행문 성격이 강하다. 조반니 파피니가 엄청난 사료를 바탕으로 추적하고 파헤쳐 미켈란젤로에 근접했지만, 앙드레 드 헤베시는 말 그대로 기행,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흔적을 돌아보는데 그쳤다. B를 읽고는 미켈란젤로의 외양, 성격, 습관 등 거의 모든 것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A에서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극히 흐릿하다.

3) 등장인물과 내면묘사. A와 B의 등장인물 수는 별 차이 없다. 하지만, A의 경우 등장인물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중심으로 엮어내지 못한다. 인물 간 갈등이나 교류도 미미하며, 내면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사건도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각기 따로 놀고 이야기는 산만해진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느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랑>을 읽고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접했다면 어땠을까? 감탄하고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았을까. 전기문학의 걸작 중 걸작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이미 접했다는 게 최대 비극이다^^ 기대치도 한껏 높아진 상태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랑>의 단점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마치 김연아 선수 다음에 연기하는 선수가 별볼일 없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 작품을 통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얼마나 빼어난 명작인지 재확인했다는 게 조금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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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03-2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재로서의 삶도 다 빈치보다 미켈이 훨씬 흥미로운 거 같아요. 다 빈치는 부침없이 앨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선동열 선수같다고나 할까요?

쥬베이 2009-03-28 16:21   좋아요 0 | URL
ㅋㅋㅋlazydevil님 말씀 공감합니다.
미켈란젤로가 얽힌 사건도 많고, 좀 특이한 인물이기도 했고
이야기거리는 훨신 많았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