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을 과대평가 했을까? 작가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걸까? 다시 읽은 <살인자의 건강법>은 무척 지루했다. 특히 '니나'가 등장하기 전(~p.112), 네 명의 기자를 농락하는 '프레텍스타 타슈'의 모습은, 지나치게 과장되어 거북했다. 물론,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이지만, 자기중심적 궤변과 독설을 100여 페이지나 읽는다는 것은 어찌 되었건 힘든 일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팔순의 노작가 '프레텍스타 타슈'. 그가 곧 사망할 거라는 소문이 퍼지자 전 세계의 기자들이 단독 인터뷰를 하겠노라고 나선다. 선생의 비서는 '엄선해서'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드디어 첫 인터뷰가 이루어진다.(p.11) 거동조차 힘든 여든 세 살의 뚱보 작가는 특유의 독설과 언변으로 기자를 농락한다. 다른 기자들 역시 인터뷰를 하다 봉변만 당하고, 노작가의 자신감 넘치는 궤변은 극에 달한다.
"당신 같은 미련퉁이가 감히 이 프레텍스타 타슈를 찾아와 성가시게 굴다니. (중략) 후레자식 같으니! 나가! 가서 기자들한테 프레텍스타 타슈는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전해!"(p.30) "호감을 사? 내가? 살다 보니 별말을 다 듣는구먼. 게다가 당신이 뭔데 날 찿아와서 훈계를 늘어놓는 거요? 내 영광스러운 죽음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말이오. 대체 당신이 뭐길래? '실례를 무릅쓰고'라던데, 실례를 무릅쓸 생각일랑 하지 마시오! 자, 이제 나가시오, 성가시니까."(p.68)
여성기자 '니나'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프레텍스타 타슈가 드디어 호적수를 만난 것. 둘은 내기를 한다. 논쟁에서 지는 쪽이 상대방 발치에서 기기로.(p.121참조) 이제부터 뚱보 노작가와 여기자의 격렬한 논쟁은 시작이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대부분이 기자와 작가가 주고받는 논쟁이다. <시간의 옷>과 같은 구성인데, 이는 정말 대단한 재능이다. 하지만, 대화로만 구성된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는 모르겠다. 구성의 독특함과 기발함을 얻는 대신, 입체적인 구성과 내밀한 묘사 가능성은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초반, '프레텍스타 타슈'를 지나치게 과장한 것도 오로지 대화로만 등장인물을 부각해야 했기 때문 아닐까?)
'프레텍스타 타슈'는 아멜리 노통브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단한' 캐릭터다. <오후 네 시>의 베르나르뎅, <머큐리>의 롱쿠르, <공격>의 에피판 같은. '니나'는 지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다. 출간된 타슈의 작품 모두를 읽었으며, 베일에 싸인 타슈의 어린 시절과 사랑에 대해 알고 있다. 이 점은 그녀의 정체에 의구심을 품게 했다. 타슈 역시 그녀에게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고.(p.224) 니나가 말하는 프레텍스타 타슈의 어린 시절, 이상한 사랑, 그리고 결말. 이것은 언급하지 않겠다.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