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있는 천국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30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플라시보 시리즈를 서평 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내용을 얼마나 소개할지 정하는 것이다. 쇼트-쇼트라 자칫 잘못하면 작품 전체를 고스란히 말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반전이 있는 작품은 더욱 고민이다. '그럼 내용 소개를 하지 말지 그래?'할지 모르지만, 내용 언급 없는 서평은 서평이 아니라, 에세이일 뿐이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가급적 내용 소개를 자제하고 인상적인 작품위주로 간략하게 살펴 봤는데, 이번엔 가급적 많은 작품을 이야기하겠다.

<악마가 있는 천국>엔 미래과학,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절반이상이고 다양한 느낌의 작품이 조금씩 섞여 있다. 전체적인 수준은 <희망의 결말>, <도련님과 악몽>와 비슷하다. 수록작품의 완성도가 고르고, 인상적인 작품도 많다.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 작품은 [귀여운 포리]다. 설정이 기발하고, 공포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쓸데없는 낭비없이, 짬짬이 밀수도 해서 돈을 모은 선원이 있다. 돈은 모았지만 여자에게 인기는 없다. 평범한 삶의 전기를 마련하고 싶었을까? 나이 든 집시여인을 찾아가 문신을 하기로 한다. 아무래도 이 선원은 별종이다. 양배추 문신을 하겠다는 거 아닌가. 집시여인은 만류한다. "엄청난 일을 당할 거에요. 평생 후회할 거라고요."(p.142) 기어이 양배추 문신을 하지만 역시 일이 벌어진다. 문신자리가 곪고, 양배추 무늬대신 여자 얼굴이 생긴 것이다. 놀랍게도 여자 얼굴은 살아있다. 이런 일이. 팔에 자리 잡은 여자 얼굴, 선원의 운명은?

이와 유사한 분위기의 작품은, 사고가 많은 교차로에 얽힌 이야기 [교차점], 학대당하는 부인이 옆집에 이사 온 후에 벌어지는 사건 [옆집 아내]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 중엔 [사랑의 통신]과 [정열]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의 통신] 여자에게 인기없음을 한탄하는 남자가 있다. 고민끝에 우주에 전문을 뿌린다. '저와 교제해주실 여성분 안 계십니까?'(p.97) 인연인지 어느 먼 별에서 전문에 반응을 보인다. 이렇게 우주를 넘나드는 사랑은 시작된다. 남자는 기대와 두려움에 떨며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한다. 상대가 보내온 이미지는 이럴수가, 지구의 여성보다 훨신 아름다운 것이다. 한걸음 더 나가 직접 만나러 지구로 오겠다는 상대.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가? 펜팔을 염두에 두고 쓴 거 같지만, 사이버 세계의 만남과도 공유점이 있다. 혹시 이메일과 채팅등 사이버 세계에서 이뤄지는 만남을 예견했던 건 아닌지.

[정열] 우주연구소 회의실, 다른 태양계로의 탐험을 위한 프로젝트 논의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난 거리와 시간. "항성간 비행은 거리와 시간에 대한 도전입니다. 무엇보다 편도 200년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한 세대로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최초 승무원의 손자 세대가 되어서야 겨우 목표로 한 별에 닿을 수 있습니다."(p.45) 인생의 전부를 삭막한 우주에서 보내야 하지만, 인류를 위해 많은 젊은이가 우주탐사를 자원한다. 그러던 중,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지루에 착륙하고, 3대에 걸쳐 우주탐사를 한 우주인을 보게 되는데.

그 외에도, 우주인 지원에 탈락한 데 앙심을 품은 청년의 범죄를 소재로 한 [무중력 범죄], 자유자재로 둔갑할 수 있는 여우와 우주여행 이야기 [우주여우],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젤리상태의 뭔가가 지구에 떨어져 벌어진 이야기 [조사], 우주 개척을 위해 지구를 떠난 이들을 위문하는 우주 서커스단의 이야기 [서커스 여행]이 있고, [야기된 문명], [어슴 푸레한 별에서], [귀로], [꿈의 도시], [탈출구]등도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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