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흉몽> 역시 전체적인 분위기는 <앞으로 일어날 일>과 유사하다. 다만, 시대물 미스터리의 비중이 적어지고 그 자리를 요괴나 귀신이 등장하는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요괴나 귀신이 등장한다고 해서 무시무시한 공포물을 생각해선 곤란하다. 이들은 특별히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엉뚱한 면모를 보인다. [밤과 술과]엔 술만 마시면 여자귀신이 나타난다. 소복 입고 입가에 피를 묻힌 처녀귀신이 아니다. 세련된 미인에 성격도 상냥한, '남자의 로망'(ㅋㅋ)같은 귀신(p.89)이다. 또한 [서재의 쓸모]에 등장하는 서재귀신 역시 이웃집 남자같은 편안한 모습(p.116)이다.

사실, 이는 이 작품뿐만이 아니라 '플라시보 시리즈' 전체의 특징이다. 으스스한 공포물로 분류되는 작품을 보더라도, 귀신이나 유령은 의외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 <흉몽>만 해도 그렇다. 정말 무서운 건 [손가방]같은 작품이지, 귀신이나 유령이 나오는 [밤과 술과]나 [서재의 쓸모]가 아니다. 호시 신이치 작품세계에서, 이들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볼만하다. 아무튼, <흉몽>을 통해 이제껏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뜻하지 않게 얻은 큰 수확.

[깊은 사이], [씨앗의 쓸모], [마이너스], [다각경영] 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왕의 옷]은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패러디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 했다.

[다각경영] 등산이 취미인 30대 중반의 남자. 전망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다 불안정하게 위치한 돌을 치워 버린다. 그러자, 옛날 전국시대의 무장이 나타난다. 돌 때문에 극락왕생을 못했는데, 남자가 덕에 극락왕생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한다. 무장 왈, "답례를 하고 싶네. 큰 힘을 주겠네. (중략) 사람을 저주하고 죽일 수도 있지. 무한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함께 죽은 부하의 수만큼 사람을 죽일 수 있다네."(p.182참조) (이 점은 영화 '데스 노트'의 설정과 유사하다.) 남자는 힘을 어떻게 사용할까?

[마이너스] 외국여행도중 골동품 목걸이를 산 이후부터 비극적 사건에 휘말려 버린 남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종교에 관심이 많은 동창을 찾아가 의논한다. 동창은 목걸이가 '마이너스의 마스코트'라면서 몰래 남한테 줘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민끝에 불쌍한 삶을 살고 있는 다른 남자에게 목걸이를 선물처럼 준다. 목걸이를 받는 남자의 삶은?

[씨앗의 쓸모] 소년은 길을 묻는 남자에게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준다. 그러자 남자는 "이걸 주지. 식물의 씨앗인데 그 잎을 차로 우려서 마시면 좋아. 효과가 확실하다네."(p.33)하며 씨앗을 준다. 소년은 정원 한 구석에 씨앗을 심고, 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성적은 오르긴 커녕 점점 떨어졌다. 걱정스러워진 소년은 식물을 뽑아버린다. 놀랍게도 식물의 뿌리는 황금이 달려 있었다. 신비한 씨앗과 식물덕에 소년은 학업을 전폐하고 식물제배에 온 힘을 다한다. 씨앗을 준 남자의 정체는? 황금 식물덕에 소년은 행복했을까?

[깊은 사이] 고미술품 무역회사로 성공한 남자가 있다. 여유가 생긴 걸까? 점점 살만 찌는 아내 대신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 같은 회사 직원인 후사에, 전통 의상 전문 모델 유키코, 이국적 매력의 메리까지.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충격적인 말을 건네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