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민화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4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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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토리 민화관>은 쇼트-쇼트 1000편을 완성한 호시 신이치가 1001편을 기념하는 의미로 낸 책이다. 그 의의만큼이나 완성도도 대단했다. 실린 32편의 작품은 어느 하나 버릴게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플라시보 시리즈의 대표작, <봇코짱>, <노크 소리가>, <왕자가 되지 못한 왕자>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고,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도토리 민화관>의 가장 큰 특징은 옛날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다. [절의 전설], [임금님], [작은 신당], [출현], [음색], [그렇지 않으면], [방문객들], [영주의 저택], [청년과 성], [행사]가 '호시 신이치표 옛날 이야기'이고, 하나같이 재미있다. 이 점에서 플라시보 시리즈 11편 <덧없는 이야기>와 유사하지만, 옛날 이야기의 비중이나 완성도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절의 전설](p.12) 옛날 한 마을에 가난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힘든 삶이었지만 부처님을 깊게 믿었다. 하루는 어딘가에서 하얀 나비가 날아왔고 가장인 남자는 나비의 뒤를 쫓는다. 놀랍게도 나비는 금은보화가 가득한 동굴로 남자를 이끈다. 가족은 불심의 증표로 절의 짓기로 한다. 이어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악명높은 산적 우두머리. 마을 관리를 습격했다 도리어 쫓기는 된 그는 절을 발견하고 몸을 숨긴다.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기대하시길.

[출현](p.71)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고려장'과 유사한 풍습이 소개인 점, 버려진 노인이 주인공이 되어 좌충우돌 모험(?)을 벌이는 설정, 폭발적인 스토리 전개 등등. 살을 붙이면 장편소설 하나는 가뿐할 만큼, 내용의 깊이가 대단하다. [음색](p.86)역시 장편소설 분량의 내용이 농축되어 있는 빼어난 작품이다. 술집주인이 술집을 찾은 스님에게 건네는 이야기가 액자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과 구성도 좋고, 분위기까지 마음에 들었던 작품.

[취중대화](p.47)는 옛날이야기는 아니지만, 독특한 구성이 주목할 만하다. 서로 바보다 아니다 논쟁하는 엉뚱한 두 남자의 이야기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대화로만 구성되어 있다. 어려운 구성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갖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대화로만 구성된 작품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아멜리 노통브의 <시간의 옷>을 읽어 보시길.)

<도토리 민화관>을 읽으며, 호시 신이치의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봤다. 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애로운 할아버지 모습. 호시 신이치와 잘 어울리지 않는가?^^ <도토리 민화관>에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가 하나 가득이기에,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쇼트-쇼트와 옛날이야기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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