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국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3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플라시보 시리즈를 읽는 또하나의 묘미는 '해설읽기'다. 호시 신이치가 '더이상 해설을 맡길 사람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해설 역시 작품 수 만큼이나 많다. '작가 맞아?' 의심이 들 정도로 형편없는 해설도 봤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해설 역시 봤다. <마이국가> 뒤에 실린 '도키와 신페이'의 해설은 아름다운 글이다. 호시 신이치와 작품에 대한 애정 듬뿍 묻어있다.

한 부분만 보자. '거창한 말이 되는 것을 용서해주면 하는데, 호시 씨는 젊은 시절에 이미 지옥과 수라를 본 것이다. 호시 씨의 소설에는 그것을 봐버린 슬픔과 사람에 대한 절망과 애정이 담겨 있다. 호시 씨의 인생이 순조로웠으면 쇼트 쇼트를 평생 동안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단정한 신사에 미식가, 대식가로 유명한 경영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맞다. 아버지 사업을 말아먹고(-_-) 벼량끝에 몰린 그가, 삶의 배수진을 치고 쓴 게 쇼트 쇼트 아니던가?

<마이국가>에는 21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SF, 풍자, 유머등 다양한 이야기라 전체적인 특징을 개관하긴 어렵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우정의 잔](p.180)이고, [부하들](p.152)도 괜찮았다. 몇몇 작품을 보자.

[변명하는 유키베](p.38) 회사원인 유키베는 변명의 대가다. 지각을 해도, 사고를 쳐도 변명을 해댄다. 놀라운 건, 엄청난 언변으로 결국엔 화난 상대를 웃게 한다는 거다. 어느 날 유키베는 부장에게 불려간다. 부장은 유키베에게 감독관청에서 나온 감독관 응대를 맡긴다. "자네의 변명하는 재능에는 언젠가 아주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 그게 생각난 거야."(p.51)라면서. 감독관이 있는 방에 반강제적으로 들어간 유키베는, 얼마 후 감독관과 오랜 친구가 된 듯이 웃으며 나온다. (이 정도면 변명쟁이라기 보다, 뛰어난 협상가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변명쟁이 유키베의 행보를 지켜보시길.

[부하들] 범죄조직과 경찰을 소재로 한 블랙유머적인 작품이다. 경찰은 강도단의 두목을 체포하지만 조직을 일망타진하진 못했다. 부하들까지 잡아들이려고, 형사가 두목 흉내를 내기로 한다. (마침 덩치도 비슷했고, 메이크업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마침내 그를 알아본 부하가 접근하고, 범죄조직 일망타진의 꿈이 이뤄지는 듯 보이는데. 

[우정의 잔] 병실에 재산가인 노인이 누워있다. 훌륭한 1인실로 간호사가 언제나 대기하고 있었다. 노인은 간호사에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낡은 양주병을 가져다 달라고 한다. 간호사가 사연을 궁금해 하자, 회상에 잠긴 노인은 입사이래 라이벌이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양주병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 철학적이기까지 한 묵직한 울림이 인상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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