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5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소재가 진부하진 않을까' 걱정 했다. 인질극은 뭐낙 흔한 소재이지 않은가? 하지만 읽으면서 알았다. 저건 고정관념이었다. <소녀의 무덤>에서 펼쳐지는 인질범과 협상전문가의 대결은 신선했으며 흥미진진했다. 돌아보면 영화가 아닌 책으로 인질극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놓고 쓸데없는 걱정을 했으니.

가장 큰 매력은 속도감있는 전개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채 익히기 전부터 빠르게 진행돼 정신이 버쩍들 정도였다.  

농아학교 교사 멜라니, 하스트론 부인이 농아 8명을 인솔하고 이동중이다. 토피카의 장애인극장으로 가는 설램이 순간 공포로 돌변한다. 정체불명의 사내가 이들을 납치한 것. 사건은 시작되었다. FBI 수석 인질 협상가 '아더 포터'와 인질범 '루이스 제레마이어 핸디'간의 협상이 시작된다. 포터는 사격을 금지하고, 자신의 팀원들이 오길 기다린다. 하지만 인질범에 전화기를 건내는 과정에서 사격이 가해지고 일이 꼬인다. 놈들은 수잔을 풀어주었다 바로 살해(p.145)한다.

인상적인 것은, 사건이 '쫓는 자, 쫓기는 자'식의 간단한 구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인의 체면내지 선거의 향배(p.151참조), 지역경찰과 연방경찰간 알력, 매스컴의 과도한 취재경쟁 등이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캔자스 주 검찰 부총장 '롤랜드 막스'는 일을 꼬이게 한 대표인물이다. 인질을 살려야 한다며  느닷없이 인질범에게 다가가기도 하고(p.242), 포터를 믿지 못하고 쓸데없는 일(p.269)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로 생각되지만,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

포터는 엄청난 협상력을 선보이며 아이들을 구해낸다. (조실린p.223, 새넌과 키엘p.318 키엘은 멜라니의 기지로 구출될 수 있었다. 또한 한참 후에 탈출하는 쌍둥이 역시 멜라니의 기지덕p.402) 핸디는 인질범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협상팀을 곤란하게 만드는데.

<소녀의 무덤>엔 엄청난 반전이 있다.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음모가 시작된다. 이것이야 말로 이 작품을 위대하게 한 핵심요인이다. 반전이 없었다면, 두 가지 점에서 비판받았을 것이다. 첫째, 핸디가 빠져나갈 곳 없는 도살장으로 스스로 들어갔다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둘째, 맥퍼슨 여경관의 등장(p.503)이 생뚱맞고, 인질극의 결말이 황당하다. 하지만, 재프리 디거는 놀라운 반전으로 모든 의문점을 해소 시킨다. 왜 그가 거장이라 불리는지 이해된다. 사건이 일견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p.567이하가 또 다른 충격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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