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마차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4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호박마차>는 <왕자가 되지 못한 왕자>와 더불어 플라시보 시리즈 전체작품 중 손 꼽을만한 수작이다. 실린 27편의 작품은 대부분 탄탄한 완성도와 재미를 보장한다. 다른 작품은 특히 마음에 드는 작품 두엇을 꼽아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이번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 왜? 너무 많아서. 차라리 반대로 '재미없었던 작품을 꼽아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든다.

다른 작품집에 실렸다면 베스트였을 만한 작품은, 외계인을 등장시켜 형법의 비꼰 [과연…](p.11), '마법사의 저주를 받은 공주'란 클리셰를 차용한 [허상 속의 공주](p.17), 회생약 덕에 죽었다가 계속 부활하는 사내이야기인 [엄숙한 의식](p.45)등이다. 또한 '노아의 방주' 패러디 [대홍수](p.77), 도플갱어가 등장하는 [상식](p.111), 우주선이 파괴되어 지구에 눌러살게 된 외계인 이야기 [고도의 문명](p.86)도 마찬가지다.

<호박마차>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7인의 범죄자]( p.62), [확인](p.91)이다. [7인의 범죄자] 마약운반에 연루되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는 사내. 판사는 이상한 제안을 한다. '2년 유예기간을 줄 테니 범죄자 7명을 잡아 오라'는 것이다. 예산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새롭게 결정된 대책이었다. 남자는 범죄자 7명을 잡고 자유를 얻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고민에 고민을 하던 남자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하는데, 과연 뭘까? 입체적 구성도 인상적이고 반전도 대단한 멋진 작품.

[확인]은 머지않아 벌어질 미래의 혼란상을 예견하는 듯한 작품이다. 정말 이런 작품을 볼때마다 호시 신이치의 혜안에 깜짝깜짝 놀란다. 거장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게 아니었다. 내용을 보자. 자기 본인임을 식별해 주는 개인식별기가 발명된다. 편리함과 정확성 덕에 널리 이용되는 개인식별기. '장치의 신용과 실적은 높아만 가고 세상 사람들도 장치에 익숙해 졌다.'(p.94) 장치 제조사는 설계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한다. 모든 간부는 비밀의 일부밖에 모르고, 전부를 아는 것은 사장, 부사장, 전무 밖에 없다. 그런데 뜻밖에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로 사장을 비롯한 중역들이 모두 사망한 것.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읽어 보시길.

이제 하이라이트. 재미없어 기절할뻔한 작품을 보자ㅋㅋㅋ '아니 손에 꼽을 수작이라더니, 재미없다는 건 뭐야?'할지 모르겠으나, '탄탄한 완성도와 재미를 보장하는 대부분'에 끼지 못한 몇몇 작품이 있다. 너무 완벽하면 인간미 없어 보일까 봐 이런 작품도 슬쩍 끼워 둔 것이다. 뭐 믿거나 말거나^^ [악마의 의자](p.180) [비석](p.220)이 그 주인공이다. [악마의 의자]의 경우, 이야기흐름은 괜찮지만 마지막 대사가 아주 걸작이다. [비석]은 두페이지 분량인데, 여러모로 밋밋하다.

아, 한가지 이야기하지 않은 작품이 있다. [요청](p.25). 이 작품은 독자의 반응과 요청에 따라 행동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독자의 끝임없는 요청과 이에 휘둘리는 작가에 대한 비판의식을 품고 있다. 호시 신이치의 작법이 은연중 투영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호박마차>, 멋진 작품이다. 지금까지 읽은 플라시보 시리즈 14권까지에서 <왕자가 되지 못한 왕자>와 함께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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