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쟁이 로봇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0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플라시보 시리즈 각 권의 제목은 아무 이유없이 갖다 붙인 게 아니다. 전체 수록작품 중 가장 빼어난 작품, 전체적인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작품의 제목을 붙인다. 그러므로, 제목의 의미를 잘 따져 본다면, 각 권의 느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신기하게도 틀림없이 들어 맞는다. <변덕쟁이 로봇>은 어떤가? 제목처럼 로봇과 관련된 이야기가 대다수다. 1권부터 9권까지 등장한 로봇보다 10권에 등장한 로봇이 더 많을 정도다.

또한 일정한 흐름의 작품이 많다. '박사 등장 -> 신약, 첨단 로봇등 연구 -> 발명 성공 -> 발명한 신기술, 신문물에 얽힌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자는 동안 자동으로 공부하게 해주는 베개 이야기인 [신 발명품 베개](p.7), 외딴 숲속에서 홀로 연구하는 박사와 강도 이야기인 [시작품](p.11), 벌레 잡는 꽃 이야기인 [편리한 풀꽃](p.36)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어쩌면 '아니, 저러면 지루하지 않아? 비슷한 흐름이잖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호시 신이치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쇼트-쇼트의 창시자로 1000편 이상의 작품을 남긴 거장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 이 문단은 스포일러 있음) 오래전 유행했던 유머중에 아인슈타인과 샤론스톤이 등장하는 게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샤론 스톤의 미모에 반해, '당신과 내가 결혼하면 당신의 미모와 나의 두뇌를 겸비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며 청혼했더니, 샤론 스톤이 거절하며 '그 반대일 수도 있죠'라고 했다는 유머. [스온](p.63)은 이와 유사하다. 동물학자 K박사는 다람쥐와 사자를 혼합해 양자의 장점만 모은 신개체(일명 '스온')를 탄생시킨다. 이를 본 동료 식물학자 S박사는 포도와 멜론을 결합하기로 하고 결국 '포론'을 만들어 낸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파장](p.130)의 기본설정은 영화 '터미네이터'와 유사하다. 미래사회의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온 사내, 그는 독재자가 될 인물을 죽이려고 한다. 다만 자신이 직접 죽이지 않고 주인공에게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미래에서 온 사내, 그리고 주인공, 과연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등에서 나는 소리](p.177)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등에 사마귀가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의 사마귀는 마치 새로운 세계의 열쇠처럼, 건드릴 때마다 '짤카닥'소리를 내며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뜻하지 않게 수많은 상황에 처하게 된 남자, 행복한 삶도 불행한 삶도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 속도감있는 전개, 플롯의 무한폭주를 맛볼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이외에도 고양이와 외계인의 대화를 다룬 [고양이](p.112), 동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연상시키는 [거울 속 강아지](p.126)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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