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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악몽 ㅣ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7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먼저 표지얘기부터 하겠다. 플라시보 시리즈의 표지는 알록달록한 색동비단을 떠올리게 한다. 비단조각을 이어놓은 듯한 느낌 아닌가. 표지를 찬찬히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도 했다. '색색의 비단조각(^^)은 곧, 다양한 매력이 가득한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다. SF, 풍자, 공포, 유머등을 넘나드는 천재적 다양성은 다채로운 비단조각으로 제대로 형상화 됐다.' 뭐 이런거. 억지춘향? 뭐 해석은 내 맘대로^^
표지의 검은 고양이를 보고, 공포 분위기의 작품이 많겠거니 했는데 그다지 많지는 않다. [수집가](p.26), [밤의 승객](p.54)정도. <어떤 이의 악몽>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 풍자적인 작품이 대단히 많다는 것이다. 1권부터 6권까지도 물론 풍자적인 작품이 있지만, 7권엔 말 그대로 '대단히 많다'. [문제의 장치](p.38), [선전 시대](p.71), [경원](p.86), [무서운 아저씨](p.106), [억지를 부려 얻은 득](p.121), [이익의 확보](p.126), [불쾌한 인물](p.146), [텔레비전의 신](p.181)등등.
놀란 것은, 수십년 전에 행해진 사회풍자가 오늘날 관점에서 보아도 날카롭다는 것이다. 대단하다. 이는 작가가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의 차원이 아니다.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뇌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호시 신이치의 선구자적 성찰이 과연 어디까지 뻗어 갈지, (혹은 뻗어 갔는지) 가슴이 설랜다.
[선전 시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던 작품. 배경은 '대부분의 사람이 반사 신경 중 하나, 혹은 몇 개를 기업의 선전매체로 빌려주는 시대'(p.72)이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바로 광고노래를 불러 제끼는 소년, 키스의 조건반사를 선전매체에 빌려준 아리따운 아가씨, 설정은 과격하지만 황당무계 하지 않다. 간접광고에 Subliminal Advertising에 이미 우린 광고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머지않아 호시 신이치의 상상은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
[불쾌한 인물] 한 청년이 있다. 5성 호텔 최고급 객실에서 미녀들을 거느리며 느긋하게 삶을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떠받든다. 애원하고 부탁하고, 마치 봉건시대 군주를 보는 듯하다. 청년은 뭘 하는 사람일까? 왜 사람들은 그에게 매달리는가? 왠지 건방지고 불쾌한 청년의 정체는 곧 밝혀진다. 역시 대단한 상상력. (하지만, 현실에선 더 불쾌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권력자의 사주를 받은 어깨들이 청년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분명 의문의 실종사건이 발생하겠지)
[꿈속의 여자](p.205) 사회풍자보다도 구성과 서술트릭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악몽에 시달리는 SㆍH씨와 F박사가 주고받는 편지로만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SㆍH씨가 시달린다는 악몽은 수많은 미녀가 그를 유혹하는 꿈이다. 의사는 의아해 한다. '저게 어떻게 악몽이란 말이지?' 하고. 도대체 SㆍH씨는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읽어 보시길. <어떤 이의 악몽>, 날카로운 사회풍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호시 신이치가 왜 위대한 작가인지 설명을 원하는가? 이 작품을 읽어라. 답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