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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접하곤 상당히 떨떠름 했다. '뭐지? 그래서?' 소설은 보편적인 플롯이 존재하기에 문화적 차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독일인의 일상, 시사, 정치, 문화가 버무러진 에세이 성격의 글이다. 문화적 차가 크게 다가 온다. 무엇보다 독일식 유머코드에 적응을 못했다. 그러나 불만은 잠시 뒤로 하자. 저자가 쏟아내는 위트에 가만히 몸을 맡긴다면 금새 매력에 빠져든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몰아 읽고, 후에는 조금씩 음미해 가면서 읽으시길 권한다.
저자는 자신이 쓴 텍스트를 소재로 소극장에서 정기 낭독무대 열고 있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지!>는 바로 정기 낭독무대 발표를 위해 쓴 작품을 모은 작품집이다. 목차는 월요일, 화요일등 요일별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시간순으로 구성한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 책의 구성은 시간순이 아니다. 각각이 독립적인 작품들임에도 그 사이에는 알게모르게 어떤 질서 같은 것이 존재했으므로 그 내재적인 질서에 따라 나는 차례를 꾸몄다.'(p.8) 기본적으로 유머코드를 담은, 짧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 이야기를 살펴보기로 하자.
[만남은 라이브 쇼의 연속이야](p.92) 5층에 사는 노신사 예나첵씨는 에버스를 찾는다. 아침준비로 난장판을 벌였던 에버스는 예나첵에게 약간은 충격적인 부탁을 받는다. '인터넷으로 여자를 사귀었으며, 나이차 때문에 에버스 행세를 했으니, 내일 오후에 대신 만나달라'는 것. 그리하여 에버스는 마리아란 여자를 대신 만나게 된다. 의외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에버스와 마리아의 운명적 만남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읽어 보시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눈물로 끝난 여행](p.165) 친구 프레데릭은 철도회사를 성토하며 열차요금 아끼는 법을 자랑스레 떠벌린다. "베를린에서 하노버까지 간다고 치자. 그럼 나는 볼프스부르크까지만 표를 사거든. (중략) 검표원이 나타나면 화들짝 놀라 잠을 깨는 척하면서 이렇게 소리쳐. '어떡해! 벌써 볼프스부르크 지났어요? 큰일 났네.' 그러면 검표원들은 대개 나를 진정시키며, 한번 봐줄 테니 계속 하노버까지 간 다음 거기서 되돌아 오라고 말하거든."(p.166) 우리의 호프 에버스가 누구던가, 옳다구나! 그대로 따라한다^^ 그러나, 그러나, 에버스를 좌절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어찌나 웃기던지 엄청 웃었다. 뭘까?
읽으며 의아했던 것은 각주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단어에 각주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라. '뭐지, 왜 각주처리가 되어 있는 걸까?'했다. 그러나, 저것이야 말로 호어스트 에버스표 유머의 결정체다. 기발한 의미 풀이로 촌철살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란 단어에 각주처리를 해두고, 끝부분에 '설명할 방법이 없음'이라고 뜻풀이 한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지!>, 굉장히 유쾌한 책이다. 문화적 차에서 오는 잠깐의 이질감만 극복하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