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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이다. 이미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한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이 이제야 소개된다는 것은 조금 의외다. 아무튼 뒤늦게 접한 데뷔작이지만, 읽는내내 즐거웠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유머도 확인할 수 있었고, 가상으로 설정한 존 레논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일단, 왜 갑자기 '존 레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존 레논은 1976년부터 79년까지 아내의 나라 일본에서 여름을 보냈다. 이 기간을 보낸 다음 존 레논은 온화하고 가족애적인 앨범을 발표한다. 저자는 여기에 주목한다. '4년간의 공백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사건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p.358) 여기에 저 4년에 대한 기록이 극히 부족하다는 불만까지 더해져, 의문의 4년을 보충할 '오쿠다 히데오표 존 레논'이 탄생한 것이다.
존은 아내 게이코와 함께 '가루이자와'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 하지만 존의 상태는 여름휴가의 안락함, 평온함과는 거리가 있다. 악몽에 시달리고, 지독한 변비에 시달린다. 병원과 약국을 찾고 변을 배출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다. 결국 '아네모네'라는 '심료내과'를 찾는 존. 과연 변비를 치료하고 시원하게 변을 배출할 수 있을까?^^
변비란 설정은 하나의 오쿠다 히데오식 유머코드다. 한 장면을 보자. '용기를 내서 10센티미터나 되는 관을 항문에 삽입하고, 마지막 남은 용기까지 다 긁어모아 본체를 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뱃속이 뜨거워지더니 온몸을 뒤흔드는 변의가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내달렸다. (중략) 이것이 진정 인간용일까, 혹시 말이나 소 같은 가축용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p.121) 또한 게이코와 존의 만남부분에도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비행기 객실안에서 게이코는 장난삼아 "아이, 그러지 마. 이런 데서."(p.75)라고 말한다. 존은 순간 당황하지만 대담하게 "뭐 어때, 닳는 것도 아닌데."라고 받아친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답다.
'유명인이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질환으로 병원으로 향한다'라…왠지 익숙한 설정이다. 그렇다. <공중그네>, <면장선거>에서 봐오던 바로 그것이다. 아네모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아테나)에게서 이라부, 마유미의 뿌리를 발견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간호사 아테나는 마유미와는 다른 모습이다. 청초하고, 상냥하며, 소녀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존의 최면요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야기가 중후반으로 흐르면서,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면이 부각된다. 아네모네 병원 근처의 숲에서 존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20년전 싸움을 벌였던 사내(p.130), 옛 여자친구의 어머니(헬렌 아주머니)(p.168), 드러머 키스(p.220), 매니저 브라이언(p.226)등 그리고, 어머니(p.306). 이런 초현실적인 만남은 얽혀있던 매듭이 풀려가는 과정이며, 어머니와의 만남은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유쾌한 작품이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란 생각이 절로 든다. 생각해보면 <공중그네>, <면장선거>보다도 도리어 데뷔작인 이 작품이 훨신 마음에 든다. 이라부, 마유미는 질릴데로 질려 버렸다. 오쿠다 히데오 작품세계의 순수한 원천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라부 마유미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읽어라. 데뷔작이란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