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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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힘든 시기에 정미경 작가를 알게 됐다. 비록 단편 하나였지만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그 후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를 읽었고, 이번에 <내 아들의 연인>을 읽었다. 역시 정미경 작가의 작품은 어느하나 따분한게 없다.

[너를 사랑해] 충격적인 설정과 간간이 등장하는 사회이슈가 매력적인 단편이다. 회장이 맡긴 계좌로 투자하다 돈을 날린 화자, 미인계를 쓰기로 한다. 오랜 연인사이인 여자친구 Y를 회장에게 소개시켜 눈을 멀게 하려는 것. 우여곡절 끝에 셋은 만나고(p.24), 회장은 Y에게 빠져 버린다. 화자의 계획은 성공한 것일까? 시작은 했지만, 막상 둘의 관계가 진행되자 화자는 어쩔 줄 모른다. 도리어, Y는 "자긴, 내가 어떡했으면 좋겠어?"(p.48)라며 느긋해 한다. 이들의 기묘한 삼각관계(?)는 어떻게 진행될지.

(이야기 중간중간 연예인 학력위조 사건, 신정아씨 사건, 탈레반 인질사건, 심형래감독의 D-WAR를 연상시키는 내용도 등장한다. 저자의 의도가 어떤 것이던 간에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웠다.)

[내 아들의 연인] 내 여자친구를 과연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할까? 예비 며느리에 대한 살뜰함? 왠지모를 질투의 시선? 가끔 생각하곤 한다. 아들의 여자친구는 도란이란 귀여운 이름을 가졌다. 요즘 아이같지 않게 낭비벽도 없고, 조용조용, 귀여운 도란이. 아들과 도란이 사이를 가로막는 건 돈이다. 신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상류층인 아들과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도란이 사이 보이지 않는 벽은 의외로 공고했다.

어머니인 화자는 도란이를 만나고 같이 밥을 먹으며 점점 호감을 갖는다. 손으로 직접 뜬 목소리를 선물받고는 '가슴이 아련해졌다'(p.141)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어머니는 도란이의 모습에서 자기를 발견한 건 아닐까? 가난한 초핀대신 지금 남편을 선택했던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 건 아닐까? 표제작에 걸맞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매미] 가장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은 귀속에서 울려퍼지는 매미소리로 힘들어 하고 있다. 외국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다음부터 매미소리는 들리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힘겹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를 힘겹게 하는 것은 매미소리뿐이 아니다. 하루 종일 못질하는 윗층남자, 바로 층간소음(p.182)이다. 견디다 못해 분노를 터트리는 화자의 모습(p.183)은 그 사실적 묘사에 경악했다. 누구나 한번은 경험한 일 아닐까? 화자의 분노가 내 가슴으로 전해졌다.

<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 작가님의 매력을 다시금 확인한 작품이다. 단편 하나하나 깊이 공감하며, 고민하기도 하고, 때론 웃으며 즐겁게 읽었다. 아직 정미경 작가님의 진가를 모른다면 얼른 읽어 보시길. 작가님의 이전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 읽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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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7-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매미는 저 역시 공감백배예요. 역시 역량있는 작가의 책을 한권 읽으면 모조리 찾아있게 되는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인가봐요...^^

쥬베이 2008-07-11 18:1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칼리님도 그러시구나^^
저는 미친듯 전작수집에 돌입하기도 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