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 - MIT대 교수가 독한 마음 먹고 쓴 자기비판서
존 터먼 지음, 하워드 진 서문, 이종인 옮김 / 재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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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읽어본 적 있는가? 시집도 소설도 아닌 책을 이토록 감동하며 읽은 건 처음이다. 부끄럽지만 고백하겠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배우고 쌓아온 미국관, 나아가 세계관보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게 더 많다.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은 미국의 숨겨진 모습을 통쾌하고 명확하게 들춰 낸다. 이 책을 들고, 대학가로 달려가고 싶다. 고등학교를 누비고 싶다. 이런 멋진 책을 함께 하고 싶다. 왜 베스트셀러에 이런 책은 없는 걸까? 마케팅과 보이지 않는 손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현실이 새삼 역겹다.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은 그 제목처럼,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추악한 행동을 살펴보는 책이다. '환경과 경제', 지식과 문화', 보수 우익과 기독교 근본주의', 패권주의와 외교정책'처럼 큼지막한 대주제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 앞에 실린 '하워드 진'의 서문부터 이야기 해야겠다. 하워드 진의 날카로운 비판은 충격이었다. 근래 보기 드문 명문 중의 명문이다. 읽는 내내 감탄했고,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보석 같은 글, 혹시 이 책을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문만큼은 꼭 읽으시길. 서점에 죽치고 앉아서라도.

하워드 진은 말한다. "부당한 권위에 이의를 제기하고, 도전하고, 저항하며, 미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의 권리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미국의 명예로운 전통이다. 그리고 존 터먼은 바로 그런 전통과 사상에 입각하여 이 책을 썼다. 이런 책을 쓰고 읽고 출판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를 고양하는 일이다."(p.18) 자, 우리 모두 민주주의를 고양해 보자.

실려 있는 100가지 비판은 어느 하나 공감가지 않는 게 없다. 미국의 반환경적 행태나 무기판매문제(p.57)같이 널리 알려진 비판도 있고, 갱스터 랩(p.113)과 자기계발서 열풍문제(p.126)같이 그동안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또한, 이제 더는 미국의 문제만이 아닌 것도 많이 발견했다. 신기하게도 미국에 대한 비판이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런 신기한 일이 어떻게 벌어진 걸까?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시리라 믿는다. 답답한 현실.

몇몇을 살펴본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비판(p.126이하)은 정말 통쾌했다. 그간 비정상적인 자기계발서 열풍에 의문을 넘어, 의혹까지 품고 있던 나로서는 한문장 한문장 가슴 깊게 공감했다. 저자는 자기계발서의 열풍현상을 돌아보고, 문제점을 살펴본다. "자기계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자아가 모든 것에 우선하며, 인생의 많은 문제를 정직이나 믿음(예수 또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 회복 등의 덕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략) ~주장은 개인이 사회적, 정치적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비로소 삶의 의미와 만족을 얻게 된다. (중략) 이런 현상은 모든 것을 원자화하는 미국 문화와 경제 정책 탓이 크다. 동시에 이는 미국인들이 천박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개인의 행복에만 몰두할 뿐 이웃과 다른 나라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p.128,129참조)

또한 자기계발서에 대한 미국내 비판도 소개한다. "정신 치료의 경우 몇 년에 걸쳐 일대일 상담 방식으로 진행해도 성공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하물며 호텔 연회장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한두 번 나가고 자기 계발서 몇 권 읽었다고 평생을 따라다닌 나쁜 습관이 고쳐질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브로드스키) "자기 계발서를 읽는 사람들은 자기 숙모나 자동차 정비공도 해 줄 수 있는 말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웬디 캐미너) 어떤가? 당신은 뭘 느꼈는가? 난 평소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던 생각을 날카로운 말로 옮겨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미국내에서 자기계발서에 대한 폭넓은 비판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랍다. 지금 베스트셀러를 보면 자기계발서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별 내용이 없다. 마케팅의 힘, 보이지 않는 힘, 그리고 베스트셀러. 이제 그만 좀 하자.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은 균형있는 미국관, 나아가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배우고 쌓아온 미국관, 나아가 세계관보다 이 책을 통해 얻은게 더 많다'면 말 다한거 아닌가? 특히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또한 자기계발서 출판업자, 무차별적 선교를 일삼는 일부 종교인, 미국을 향한 해바라기 아니 미국바라기 정치인, 등에게도 사서 보내주고 싶다. 학생들만 공부가 필요한게 아니다.

 


* 하워드 진의 서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정부란 모든 이들의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보장할 것을 목적으로 국민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설립된 존재이다. 그 어떤 형태의 정부라도 이런 목적을 파괴한다면, 국민은 언제든지 그 정부를 바꾸거나 없앨 권리가 있다."(p.16) 저 말이 왜이리 가슴에 와닿는지…이 책이 필독서인 이유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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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7-07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오하고도 선뜻 뭐라 말하기 어려운 주제임도 분명하고...쥬베이님처럼 신랄하게 긍정도 하지 못함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쥬베이 2008-07-07 10:07   좋아요 0 | URL
때가 때인만큼 조심스럽긴 한데,
그간 제가 마음속에 갖고 있던 걸, 너무나 속 시원하게 말해주더라고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