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성장소설을 좋아한다. 성장과정은 그 자체가, 인생이라는 하나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과정을 돌아보며 유년을 추억할 수도 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의 할레드 호세이니, 성장소설, 도저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니다. <연을 쫓는 아이>를 손에 잡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책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 올지를….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연을 쫓는 아이>가 내게 준 충격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조건적인 하산의 헌신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아미르의 고뇌속에서 마냥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연을 쫓는 아이>가 아미르의 성장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라면, 그 맞은편엔 하산이 있다. 아미르와 하산의 관계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둘의 '관계'라고는 했지만, 하산은 관계를 이끌어 갈 능력이 없는 캐릭터이다. 따라서 하산을 대하는 아미르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하산에 대해 살펴보자. 하산은 바바家에 하인처럼 살고 있는 알리와 행실이 불량한 사나우바르 사이에서 태어났다. (혹은 태어났다고 알려졌다. 뒷 내용과 균형을 맞추자면) 신분이 미천한데다, 소수인 하자라인인데다, 언청이기까지 했다. 가엾은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하산이지만, 마음씨는 천사였다. 살아있는 천사, 하산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한 부분을 보자. '하산은 태어날 때조차도 천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산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 상처를 주지 않았다. 사나우바르가 몇 번 신음 소리를 내고  두 번 힘을 주자 하산이 나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웃고 있었다.'(p.21)

하산은 아미르의 식사준비를 하고, 옷과 신발을 정리하고, 모든 뒤치덕거리를 한다. 바바는 아미르와 하산을 최대한 평등하게 대해주지만, 사회적인 여건은 뭐낙 뿌리깊었다. 하산과 아미르는 친구처럼 어울려 놀았지만, 결코 친구는 아니었다. 아미르는 '하산을 친구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p.42)고 말한다. 함께 어울리고, 웃고, 떠들어도, 인종적 차이(파쉬툰인과 하자라인)와 경제계급적 차이(사실상 주인과 하인관계)를 넘어설 수는 없던 것이다. 하지만 아미르는 하산과의 관계설정을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하산을 친구처럼, 친구보다 더, 아니 형제처럼 대했다. 그러나 (중략) 왜 우리 놀이에 하산을 끼워주지 않았을까?'(p.66) 이처럼 형제보다 더 가깝지만, 결코 친구는 아닌 이상한 관계에 아미르 자신조차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관계에 첫번째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아세프 일당과 관련이 있다. 연싸움에서 승리를 하고 즐거워하던 아미르와 하산. (겨울철 행해지는 연 날리기 전통과 연싸움대회에 관한 p.80이하 부분은 상당히 아름답다. 하지만 이는 또한 비극의 전조이다.) 승리의 기념 연을 쫓던 하산은 아세프 패거리에게 붙잡힌다. 하자라인인 하산과 알리를 놀려대고 괴롭히던 이들은 하산에게 차마 저지를 수 없는 만행을 행한다.(p.111이하) 위기에 빠진 하산을 찾아나선 아미르, 아미르는 모든 것을 봤다. 아세프의 역겨운 얼굴과 체념한 하산의 얼굴, 그 모든 것을.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후, 관계양상은 변화한다. 아미르는 하산을 의도적으로 멀리한다. 왜 그랬을까? 하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하산을 보면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을 것이기에. 아미르는 더욱 충격적인 '음모'를 꾸며 알리와 하산을 궁지에 몰아 넣는다.(160이하) 그러나, 하산은 그런 아미르조차 감싸준다. 비열하고 치사하기까지 한 아미르를 하산은 감싸준 것이다. 그리고 알리와 하산은 바바家를 떠난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흘러, 소설가로 성공한 아미르는 아버지의 친구 '라힘 칸'의 연락을 받고 파키스탄에서 그를 만난다. 라힘 칸을 통해 아마르는 하산이 남긴 편지를 전해 받는다.(p.322이하) 하산이 얼마나 아미르를 생각하고 아꼈는지 알 수 있는 애절함이 묻어 있는 편지들. 그러나 하산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하산은 탈레반의 인종청소에 희생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둘의 관계양상의 두번째 큰 사건에 해당한다. 바로 하산출생의 비밀과 아미르, 하산의 관계가 그것이다. 바바가 둘을 최대한 평등하게 대하려 했던데는 이유가 있던 것이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으며 이런 말을 했었다. '머지않아 고전의 반열에 오를 명작'이라고. 저 말을 <연을 쫓는 아이>에도 그대로 하고 싶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그려낸 감동과 애증의 대서사시 앞에서 읽는이는 인간본연의 감정에 충실하게 된다. 끝없는 감동, 슬픔, 애증, 그리고 희망. 모든 것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아직까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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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7-0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께 매우 가슴벅찬 내용의 책인가봅니다...

쥬베이 2008-07-07 10:17   좋아요 0 | URL
정말 재밌어요. 감동도 있고, 문학성도 있고,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