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절판


"초등학교 6학년이랑 중학교 1학년은 1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도 중학생이 되는 순간, 분위기가 백팔십도 변해 어른스러워져요. 웬지 알아요? (중략) 결국 사람이란 가까이에서 함께 지내는 연장자의 영향을 받아요. 초등학생이라면 6학년이 가장 연장자죠. 그러다 보니 6학년은 자신의 감각 그대로 행동하죠.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 중학교 3학년이 최고 연장자예요. 그렇게 되면 중3들의 감각이 이 친구들을 자극하죠. 싫든 좋든. 한창 사춘기를 겪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이 친구들의 본보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도 감각적으로는 세 살 차이가 나는 거예요."-156쪽

아오야기의 머리에 한 가지 광경이 떠오른다. 방송국 스튜디오로 나가는 자신의 모습이다. 수많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 그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들이 몽땅 제복을 입을 경찰이다. 깜짝 놀라는 것도 한순간, 그들 손에 들린 권총으로 벌집이 된다. 설명을 듣지 못한 방송국 스태프들은 무슨 짓이냐며 소란을 피우지만, 그 북새통에 사사키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총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사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하고 선언한다. 어느모로 보나 냄새나는 일이라 음모설이 나오겠지만, 진실은 어둠에 묻히고 오즈월드가 죽어 모든 것이 흐지부지 된 것과 똑같아진다.-313쪽

"우리 같은 대중이란 잘난 놈들이 정한 대로 끌려갈 뿐이야. 우리가 코앞에 닥친 일이나 연애에만 매달린 사이 멋대로 일을 진행하고, 그러다가 문제가 되는 짐짝만 덜컥 떠맡긴다니까. 그래가지고, 잘난 놈들은 저런 감시카메라 너머에서 놀라 쩔쩔매는 우리를 비웃고 있지."-379쪽

"그래, 너희. 내기할래? 내 아들이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 내기할래?" (중략) "이름도 못 밝히는 너희 정의의 사도들, 정말로 마사하루가 범인이라고 믿는다면 걸어봐. 돈이 아니라, 뭐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걸라고. 너희는 지금 그만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야? 잘 들어, 이게 네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다." -449,450쪽

그렇구나, 하고 아오야기는 새삼 깨닫는다. 지금 이렇게 자신이 엄청난 사태에 직면한 순간에도 신문 배달부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집집마다 신문이 배달되고, 아침이 오며 하루가 시작된다. 회사나 학교로 가 "그 중계 보느라 졸려 죽겠다"라고 푸념을 해대며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치 월드컵 일본전이 끝난 다음 날처럼.-4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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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6-2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번째 상자의 글이 많이 와닿네요...

쥬베이 2008-06-24 16:05   좋아요 0 | URL
마치 요즘 국내정치상황과 비슷한 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