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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끽연자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8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 당신도 츠츠이스트가 됩니다.' 띠지에 적힌 저 말은 공연한 홍보문구가 아니었다. 감탄했다. '난 츠츠이스트(츠츠이 야스타카의 열혈 팬)이다! 정말 대단한 작가야'라며 떠들고 싶을 정도로 츠츠이 야스타카의 시대를 앞서간 천재성은 충격이었다. 사실, 그의 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파프리카>를 읽었다. <파프리카> 역시 좋은 작품이지만 장편이다 보니 그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부각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떤가? <최후의 끽연자>는 작가가 직접 선별한 자선 단편집이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세계를 근접해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혹시 아직 그의 작품을 읽지 못한 분이라면, 꼭 이 작품으로 츠츠이 야스타카를 접하시길.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자선 단편집답게 작품의 완성도가 고르다.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유형은, SF적 상상력이 넘치는 단편이다. [급류], [혹천재], [평행세계]. SF분야에서 뭐낙 유명한 작가아니던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저 작품을 쓴 시기가 70년대라는 것이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고, 근래 출간된 작품이라 속인다 할지라도 믿을 수밖에 없다. 정말 대단하다. 역자의 말을 인용한다. "[최후의 끽연자](1987)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모두 1970년대 작품이지만, 그 블랙유머는 조금도 무디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그것이 발표된 연도를 확인하고 앞날개에 있는 작가 사진을 쳐다 보곤 했다. 이게 정말 삼십 년 전애 쓴 것이 맞나, 하면서."(p.258)
두번째 유형은, 블랙유머적 단편이다. [최후의 끽연자], [노경의 타잔]. 금연운동이 널리 퍼지고 공공의 적이 된 흡연자들의 투쟁(?)을 담은 표제작 [최후의 끽연자]는 오늘날 절절히 공감할 수 있다. 여기도 저기도 금연구역, 내몰리는 흡연자들. 끽연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흡연자들의 모습이 떠오른건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혹천재]역시 이와 유사한 느낌이다. 일부 부모들의 무시무시한 교육열, 일그러진 인격, 츠츠이 야스타카의 혜안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세번째 유형은, 일본 역사를 재해석한 단편이다. [야마자키], [망엔 원년의 럭비]. 처음 접할땐 약간 의외였다. 이 작가 역사에도 관심이 있구나. 일본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알지 못해 아쉬웠다. 배경 사건을 제대로 안다면, 작가의 패러디내지 블랙유머를 깊게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생생해 일본 역사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로웠다. ('기묘한 이야기' 극장판 에피소드와 유사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규원 역자님께서도 그걸 느끼셨나보다. 후기에 언급된다^^ 역자님 빙고!ㅋㅋ) 세가지 유형으로 나눠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분류일 뿐이다. 블랙유머, SF적 상상력등은 모든 작품에 고루 녹아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주가 되느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최후의 끽연자>, 츠츠이 야스타카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는 충격적인 단편집이다. 모든 단편이 작품성과 흥미를 겸비했다. 확인해 보시라. 내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SF라는 소외된 장르를 꿋꿋하게 선보여 온 천재작가 츠츠이 야스타카, 정말 존경스럽다. 그와 함께 살아가는 일본인들이 부럽다. <최후의 끽연자>의 충격적 세계에 빠져 보시길.
* 표지 뒤, 남자표정에 주목하시라. 하하하
* [망엔 원년의 럭비]란 제목이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 원년의 풋볼>를 패러디한 듯하다.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