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의 계절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쓰네카와 고타로의 데뷔작 <야시>를 여러번 읽었다. 독서기록장을 보니 3번이나 읽었더라. 그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세계는 충격 그 자체였고, 어린시절 꿈꾸던 만화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런 쓰네카와 고타로가 돌아왔다! 그것도 장편소설을 가지고.

소설외적 이야기부터 하자면, <천둥의 계절>의 표지 정말 마음에 든다. 기본적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같은 작가의 작품은 표지, 장정, 편집등에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시>와 <천둥의 계절> 표지를 살펴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통일성이 있는데다 책의 미묘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 도서관에서 3번이나 읽은 <야시>를 굳이 구입하려는 이유는 바로 저것이다. 이런걸 시너지 효과라고 하나. 그런고로 조만간 출간될 <가을의 감옥>의 표지와 장정도 통일성있었음 하는 바램이다.

<천둥의 계절>은 처음 접하는 쓰네카와 고타로의 장편이다. <야시>에서 선보였던 작품세계는 한층 확장, 심화되었다. 저자는 먼저 '온'이란 가상세계를 설정한다. '온'은 바깥세계(우리가 존재하는 곳)에서 벗어난 공간에 존재하며 독자적인 문화체계를 발전시켜 온 곳이다. 두 세계는 다른 영역에 존재하기에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함부로 '온'을 벗어나게 되면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다고 한다.(p.21,22참조) 다른 차원의 세상이라고 이해하면 무난할 듯.

주인공 '겐야'는 '가미쿠라'라는 성을 쓰는 노부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겐야는 왠지 온에 완전히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느낌이다. 친부모가 아닌 이에게 양육된다는 점부터, 괴로운 학창생활까지, 뭔가 어긋나 있다. 설상가상으로 천둥계절에 누나마저 사라져 버리고(p.29), 겐야는 '뭔가'('바람 와이와이'라 불리는 새귀신)에 씌였다. 겐야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미스터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겐야는 아주 외톨이는 아니었다. 친구 '호다카'와 '묘운', 온의 문지기 '오도'가 있었다. 조금은 쓸쓸하게 때론 즐겁게, 겐야의 학창시절은 흘러간다.

겐야에게 들어온 바람와이와이는 충격적인 말을 건넨다.(p.64이하) 겐야의 비밀에 대해. 왠지 겉도는 듯한 모습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편, 호다카의 오빠 '나기히사'와, 그의 친구 '히나'가 등장한다. 이들은 겐야가 온을 떠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의 당사자들이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듯하니 이정도만 이야기하겠다. 결국 겐야는 온을 떠나게 되고, 누명을 뒤집어 쓴 겐야는 귀신조에게 추격당한다.

이쯤에서 구성을 살펴보자. <천둥의 계절>의 목차는 [겐야]온, [도바 무네키]유령의 세월, [나기히사]동자귀신, [아카네]도시 바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 이름은 해당목차의 화자로 총 4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즉, <천둥의 계절>은 4번의 시점변화를 거쳐 하나로 수렴되는 구성인 것이다. 겐야, 호다카 / 아카네, 도바 무네키등의 시간적 간극과 숨겨진 비밀은 좋았지만, 무려 4명의 화자를 등장시켜 이야기흐름을 끊어버린 것은 아쉽다. 특히 나기히사와 도바 무네키의 시점은 달랑 한단락이다. 이런 무리한 구성은 장편은 처음인 저자의 고육지계이자 한계다.

아무튼, 도바 무네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유령의 세월'(p.330이하)과 에필로그에서 미스터리했던 모든 의문이 해소된다. 겐야가 온에 가게된 이유, 겐야와 사라진 누나의 관계, 누나가 사라졌던 이유, 도바 무네키의 정체, 겐야에게 씌였던 바람와이와이의 정체등등.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몇몇 사실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초반부 진행되던 겐야쪽의 이야기에 비해 아카네쪽 이야기는 밀도가 조밀하지 못하고, 양자의 접점이 너무 거칠며 갑작스럽다.

<천둥의 계절>, 쓰네카와 고타로의 환상적인 작품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몇몇 부분 아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장편이 처음이란 것을 감안하자. 그의 무한한 상상력 앞에서 저런 아쉬움은 뒤로 할 수 있다. <야시>에 감탄했던 독자라면, 분명 이 작품도 좋아할 것이다. 
 

* 바람와이와이와 겐야의 관계를 보며, 어릴때 봤던 외화가 떠올랐다. SBS에서 했던 [타임트랙스]. 음모에 맞서기 위해 미래에서 온 주인공은 최첨단 인공지능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에 내장되어 있는 이 인공지능 컴퓨터의 이름은 '셀마'. '셀마'는 알라딘램프 요정처럼 주인공이 부르면 나타나 주인공을 도왔다. 바람와이와이와 겐야의 만남이 타율적이었단 점만 제외하면 상당히 유사한 관계다. 저 외화를 아는 분이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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