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이 사는 법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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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이 사는 법>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의 '유부남 시리즈' 세 권 중 작가가 선별한 목록에서 다시 역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맞을 만한 이야기를 추려 묶은 소설집이다.(p.395참조) 선별하고 추리고 추린 베스트 앨범과 같은 작품. 하지만 이야기 초반 떨떠름 했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문화적 이질감, 독특한 이야기전개, '이 정도 포스라면 굳이 외국작가의 작품을 읽을 필요가 있나'란 생각까지 들었다. 기발하고 대담한 국내작가들은 많다.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초반부 느낀 아쉬움이 어느 순간 감탄으로 돌변한 것이다. [결혼 첫날밤에 일어난 일](p.209)부터 완전히 몰입했다. 두고두고 읽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일정 수준의 완성도까지 갖춘 작품이 계속 이어진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 뒤쪽에만 몰려 있는 걸까? 그건 아니다. 수록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은 일관되어 있으며 취향이 갈릴만큼의 차이는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마르셀로 비르마헤르의 진가를 조금 늦게 발견했고, 천천히 그의 스타일에 익숙해 진거라고.

[키신저와의 인터뷰], [마지막 여인]등 초반부 수록작품엔 주인공의 독백과 심리묘사가 많다. 거기다 남미특유의 유머감각에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런 특징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가 최대 관건.

뒤늦게 발견한 마르셀로 비르마헤르의 진가라. 뭘까?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옛날 이야기같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있다. 결혼 첫 날밤을 보내던 아내가 느닷없이 남자라고 고백하는 [결혼 첫날밤에 일어난 일](p.207)은 남미의 결혼문화가 근저에 깔려 마치 옛날 이야기를 접하는 듯 흥미롭다. 또한 [룩소르 호텔에 온 여자](p.233)는 미스터리 추리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구성이 빼어나다.

둘째,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소재에 관심을 둔다. 사실 직접적으로 초현실적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러나 남미 고유의 문화가 바탕이 된 이야기속에서 평범한 것도 몽환적으로 변해버린다. [수상한 그림](p.283)이나 [사라진 남녀](p.311), [룩소르 호텔에 온 여자](p.233)등의 평범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는 박성원 작가가 <우리는 달려간다>에서 선보인 환상적인 작품세계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 <유부남이 사는 법>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마르셀로 비르마헤르의 특징을 좀 더 세분해 정리해 보고 싶고, 잠깐 언급한 박성원 작가의 <우리는 달려간다>와 좀 더 자세히 비교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 작품도 쪼개고 쪼갠 시간으로 힘겹게 읽었다. 여유가 생기면 찬찬히 다시 정리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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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5-2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요즘 바쁘시군요. 그래도 틈틈이 좋은 책 읽으면서 망중한을 즐기세요.^^*

쥬베이 2008-05-20 20:5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칼리 2008-05-2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한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하는 리뷰예요. 모르고 읽는 것보다 파악하고 읽는게 훨씬 흥미로운 독서가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o^ 지금 처한 바쁜 여건이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쥬베이 2008-05-22 08:51   좋아요 0 | URL
칼리님 감사합니다^^
저는 항상 역자후기나 해설을 먼저 읽고 책을 읽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저게 좋다라고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