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
박종인 외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읽는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먹고 살기 위해 몸을 파는 14살 소녀 '몽', 하루종일 돌을 깨야 하는'루빠', 반군에게 끌려가 환각제를 먹고 끔찍한 짓을 강요받은 '조지'…세상의 가난, 좌절, 슬픔만 모아둔 듯한 이야기에 착찹하기만 했다. 내가 저 나이때 무엇을 했던가? 저들에 비하면 천국과 같은 생활, 하지만 불평불만에 짜증만 가득하지 않았던가? 프롤로그에 이런 말이 있다. "잘한 여행 한 번은 4년제 대학 한 학기 다닌 것보다 낫다"(p.12)는. 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듣고, 함께 숨쉬었다면, 뭔가 더 커다란 울림이 있었으리라. 그들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었으리라.
한가지 의문. 그렇다면 이 책은 슬픔만 가득한 착찹한 책인가? 아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고 괴롭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끔찍한 가부장적 문화속에서 여섯명의 남자에게 윤간당한 '무크타르 마이'(p.206이하), 집안의 명예와 사회적 악습 아래 여성의 정조는 없었다. 하지만 무르타크는 가족을 설득해 이들을 고소하고, 학교를 세운다. 글을 배우고 공부해야만 악습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압박을 피해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네팔로 향하는 티베트 아이들, 그들은 끔찍한 추위, 동상, 중국국경 수비대란 겹겹의 어려움을 감내하고 히말라야를 넘는다. 티벳의 말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 민족혼을 지키기 위해……. 그들의 환한 웃음에 가슴이 짠해진 건, 우리의 예전 모습이 떠올라기 때문은 아닐까?
취재팀의 여정이 방송이며 신문에 알려진 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고 한다. 네팔 소녀 루빠에겐 무려 1만 8천여명의 후원자가 생겼으며,(p.229) 후원금덕에 다른 아이들도 더이상 돌이 깨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또한 가족의 빚때문에 성냥공장에서 일하다, 일이 지겨워 자살을 시도했던 문니스와리. 문니스와리를 공장이 아닌 학교로 보내기 위해 취재팀은 이들 가족의 빚을 조금씩 값아 주기로 했단다. 한국인이란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는 조선일보의 '아워 아시아'란 이름으로 기획된 여행을 바탕으로 한다. 사진이 약간 실려있지만 취재팀이 보고 느꼈던 것을 모두 담아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거의 1년 가까이 되는 여정이었으니…. 좀 더 자세한 자료와 동영상은 해당 신문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봐야 겠다.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