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 - 나는 생각 한다 그러므로 일이 일어난다
마티아스 브뢰커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알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라…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있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뭐 그런 느낌? 원제는 '코기토 에르고 붐'(생각한다. 그러므로 일이 일어난다.)이다. 데카르트가 떠오르는 철학적 제목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바꾼 듯 하다.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는 오래동안 언론계에 몸담았던 저자가 '실패'를 주제로 엮은 칼럼집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주의 블랙홀에서 전세계적인 채무 위기, 내 집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모든 범주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모든 범주에서 일어나는 실패를 망라하는 책'(p.10)이라고.

총 49가지 소주제로 짧은 분량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짧은 분량이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사유의 깊이는 대단하다. 거의 대학에서 한 학기동안 계속 토론해도 될만한 주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명쾌한 서술, 흥미진진한 사례,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관점까지, 세계를 보는 내 관점을 넓힐 수 있었다. 지구만 바라보다, 우주를 바라보게 된듯한 기분이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우는 것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걸음마를 배우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는 것은 두려움 없는 태도와 넘어지는 것도 일어서는 것과 똑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실패는 자연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모든 발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실패의 경험 없이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실수를 통해 배우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p.8) 가슴에 와닿는다. 성공과 실패사이에서 인생을 건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컴퓨터와 IT업계, 빌 게이츠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p.72이하)이 있다. 빌 게이츠가 어떻게 세계최고의 갑부가 됐는지, 마이크로 소프트가 고객들에게 어떤 부담을 지우는지, 저자는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특히 '제너럴 모터스 같은 자동차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기록한 표'(p.77)는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당신의 자동차는 가금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속도로에서 멈춰 버린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출발해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는가? 익스플로어를 쓰다 저런 경험을 한게 한두번인가? 블랙유머 같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공감이 간다.

오랫동안 언론계에 몸담았던 저자가 언론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p.165이하)을 보자. 저자가 바라보는 언론은 정치적이며 권력 지향적이다. <뉴욕 타임즈> 편집장을 지낸 존 스윈턴의 연설을 길게 인용하고  있는데, 가히 충격적이다.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신문에 저의 솔직한 생각을 발표한다면 저는 24시간 안에 자리에서 쫓겨날 것입니다. 진실을 파괴하고, 적나라하게 거짓말하고, 왜곡하고, 비방하는 것, 재물신의 발등을 핥으면서 매일 일용할 양식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 언론인들이 하고 있는 일입니다. (중략) 우리는 지성을 파는 매춘부들입니다."(p.169) 물론 이 연설은 1880년대에 행해진 거지만, 저자는 오늘의 상황에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소주제별로 틈틈이 읽어나가도 좋고 한번에 읽어도 좋지만, 꼭 한문장 한문장 꼽씹어 보시길.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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