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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영화도 소설도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이다. 그것은 희극일 수도, 비극일 수도 있다. <기꺼이 길을 잃어라>를 읽으며, 영화나 드라마를 능가하는 드라마틱함을 느꼈다. 분명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실화임을 알았지만, 그의 삶은 너무나 극적이었다. (실례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삶을 두고 드라마 운운하는 것이. 하지만 내 말의 의도가 뭔지 이해해 주시길.)
구성부터 살펴보자.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대기적 구성이 아니다. 성공한 삶을 거머쥔 '현재'의 마이크 메이(A), 갑작스런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어린시절' 마이크 메이(B)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된다. A는 줄기세포 이식 방법을 전해듣는 것으로 시작해, 각막상피 줄기세포 이식수술, 적응과정, 부작용등 시력을 되찾기 위한 메이의 노력이 서술된다. B는 메이의 성장과정을 따라, 시각장애를 야기한 사고, 힘겨운 학창시절, 연애담등이 서술된다. B가 진행되어 A의 시작에 근접하면서 양자는 구별없이 하나로 수렴된다.
1999년, 마이크 메이는 시각장애인들의 위해 헌신한 공로자에게 주어지는 '케이 캘러허 상' 수상식장에 있다. 식후, 아내 제니퍼를 따라 안과에 간 메이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가 당신을 보게 해드릴 수도 있겠어요."(p.16) 줄기세포 이식 방법으로 시력을 되찾아 줄 수 있다는 것. 40년가까이 보지 못했던 그는 고민한다. 그를 담당했던 세계최고의 안과전문의 '맥스 파인' 박사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메이가 시력을 상실한 것은 어린시절 갑작스런 사고 때문이었다. 진흙 파이를 만들며 놀던 메이는 낡은 차고에 있던 유리단지를 발견한다. 이를 수돗가로 가져가 물속에 담갔다.(p.30참조) 잠시후 폭발음이 들렸고, 메이는 유리파편에 덮혀 피투성이가 되었다. 단지에 들어있던 가루는 물이 닿는 순간 폭발성이 있는 가스를 만들어 내는 탄산칼슘이었던 것. 끔직한 사고에도 메이는 좌절하지 않는다. 강한 어머니 '오리 진'과 특별 지도교사의 도움으로, 그리고 강한 의지로 삶을 개척한다. 안주하지 않고 뛰어가는 것, 비록 부딪치더라도 길을 잃더라도 뛰어 또 뛰는 것, 그것이 메이의 청소년기였다.
각막상피 줄기세포 이식수술, 결코 만만한게 아니었다. 수많은 위험(p.71)이 도사리고 있었다. 줄기세포와 각막은 언제든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수술을 실패하면 미미한 빛감지능력조차 잃을 수 있다. 또한 면역억제제 시클로스포린 부작용으로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비록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아내 재니퍼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던 메이에게 저것은 하나의 큰 도전이다. 그러나 앞을 볼 수 있다는 것,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 메이에겐 어떤 위험도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 결국 수술을 받는 메이.
'쾅! 휘익! 휘이이이이이훠…'(p.167) 한바탕 광풍 같았을까? 암흑속에 갇혀있던 메이가 빛을 되찾은 순간 말이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메이는 앞을 보게 된다. 꿈에 그리던 아내 재니퍼의 얼굴(p.169), 어머니 오리 진의 얼굴(p.187), 아이들, 그리고 세상 모든 것.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았다. 시신경 문제때문에 세세한 것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저런 것이 아니었다. '앞을 보지 못했던 메이'와 '앞을 보는 메이'는 결코 같을 수 없었다. 어지럽혀진 집안을 보고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결국 다툰다. "그냥 좀 그렇게 두고 살면 왜 안되는데요?"라고 묻는 아내에게 메이는 말한다. 너무나 잔인하게. "왜냐고? 이제 내가 볼 수 있으니까."(p.245)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다. 면역체계가 이식한 각막을 공격하는 거부반응이 생긴 것. 메이는 과연 거부반응을 이겨낼 수 있을까? 뜻하지 않은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읽어 보시길. <기꺼이 길을 잃어라>, 영화보다 드라마보다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다. 신체조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삶을 개척하는 메이의 모습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열심히 살자. 열심히.
* '파인박사'(p.274이하)와 '아는 것과 보는 것'(p.297)은 메이가 겪은 문제를 좀 더 깊게 파고든 부분이다. 사진을 비롯한 수많은 시각화자료가 소개되어 있어, 이야기흐름과는 무관하게 흥미로웠다.
*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화 결정 했다고 한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꼭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