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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침묵
질베르 시누에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최근 프랑스작가의 스릴러 몇편을 읽으며 느낀 것이 있다. 그건 이들 작품이, '일반적인 스릴러'(주로 영미권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고정관념일 수도 있고, 단순한 언어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뭔가 다르다. 설명하기조차 어렵지만, 이런 '독특함'은 이들 작품의 강렬한 매력이다. <신의 침묵>역시 개성넘치는 인물과 배경, 종교적인 소재까지, 매력적인 분위기를 한껏 발산한다.
<신의 침묵>의 가장 큰 특징은 충격적인 설정이다. 연쇄살인의 피해자가 '천사'고, 피의자는 예수, 마호메트, 모세. '충격적 설정'이란 말이 제대로 들어 맞는다. 상상이나 했는가? 위대한 성인 예수, 마호메트, 모세가 연쇄살인범 혐의를 받는 소설을. 특히 클라리사 그레이 부인이 이들을 직접 심문하는 장면(p.245이하)은 충격적 설정의 정점이자, 소설의 가치를 한차원 높여준 도약대 같은 부분이다.
인기추리소설 작가인 클라리사 그레이 부인이 주인공이다. 그레이 부인이 여탐정처럼 직접 사건해결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탁월한 추리력으로 진실을 파헤치기에 여탐정이 주인공인듯한 느낌도 든다. 초반부터 강렬한 장면이 이어진다. 중상을 입은 남성이 문을 두드리고 힘겹게 뭔가를 전해준다. 하지만 저 정체불명의 남성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그레이 부인은 충격에 빠진다. 그레이 부인은 절친한 사이인 글래스고 대학 언어학 교수이자 역사가인 '월리엄 매클린'에게 연락하고 이들은 함께 진실을 탐구해 간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클라이사 그레이 부인과 월리엄 매클린을 외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글래스고 대학 종교사 교수 '바실레 바코비아', 린디스판 섬의 '새뮤얼 슐론스키', 애정행각을 벌이는 그레이 부인의 타입피스트 '캐슬린'과 월리엄교수의 손자 '모르카'가 등장한다. 또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스튜어트', 윌리엄의 부인 '재니트'도 있다. 이들은 단서를 추적해가고, 사랑을 하고, 다투기도 하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다. 점점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 중 누군가가 범인이 아닐까?'란 생각. (사실, 모든 추리 스릴러물을 읽으며 항상 하는 생각임.)
연쇄살인사건은 매클린 부인 재니트의 알 수 없는 중병과 연관을 가지며 점점 미궁에 빠진다. 그레이 부인과 친구들은 정체불명의 남성이 힘겹게 건낸 단서를 토대로 조금씩 해답을 찾아가고, 그녀 앞에 '천사 다니엘'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한층 힘을 받는다. 천사가 나타나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연쇄살인사건과의 관련은?
* 강렬한 표지는 인상적
*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 그건 바로 뒤쪽에 실려 있는 책소개, 줄거리다. 한마디로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추리소설인데 저렇게 많은 것을 누설해 버리면 곤란하다. 특히 '예수, 마호메트, 모세'가 용의자란 것은 숨겨두면 더 좋았을 것을. (뭐 나도 리뷰에서 이야기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