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시 전쟁 1 - 경매의 사냥꾼
푸스 지음, 한정은 옮김 / 푸르메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출간되는 중화권 소설을 읽으며, 깜짝깜짝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공감가는 설정, 흥미진진함, 중국 특유의 분위기까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꽌시전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분량은 길지만 단 한순간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문학작품을 이해함에 있어, 같은 '문화권'이란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새삼 깨달았다. 경매회사를 운영하는 장중핑의 사업활동은 그대로 우리의 경우에 매치시킬 수 있다. '관계'(꽌시)를 중시하는 것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꽌시전쟁>과 소설이외의 요소를 분리하고 싶다. 사실 이 작품은 삐딱하게 보려면 한없이 삐딱하게 볼 수 있다. 정경유착 혐의가 있는 저자, 공정한 경쟁보다는 '관계'(커넥션이라 칭하고 싶다)에 치중하는 내용, 책소개에 실린 '보석과도 같은 비지니스의 지침과 인생의 팁'란 표현은 너무나 위험한 말이다. 장중핑처럼 모든 것을 사람들과의 '관계'로 해결하려 하고, 또한 그것이 가능한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다. 이하에서는 최대한 소설 <꽌시전쟁>에만 집중하겠다.

<꽌시전쟁>은 3D 경매회사를 경영하는 장중핑의 이야기다. 그가 어떻게 유력인사와의 관계를 맺어가고 사업활동을 하는지가 기본 축이 되고, 아내 '탕원' 정부 '샤오루' 여기자 '청전'과 장중핑간의 미묘한 관계가 양념이 된다. 또한 장중핑 밑에 있다 독립한 '쉬이'와의 대결도 중요한 부분이다.

장중핑은 곧 저자의 모습이라 봐도 무방하리라. 그가 유력인사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경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관 '허우창핑'과 친분을 쌓아가는 모습을 살펴보자. 허우창핑이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술은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땀을 뻘뻘 흘리며 술상자를 선물한다. 또한 늦둥이 아들 샤오핑에 대한 허우창핑의 애정을 이용하기 위해 샤오핑을 서예의 대가 량회장에게 사사시키고, 샤오핑의 작품을 경매조작을 통해 비싼 값으로 팔아준다. 장중핑의 노력은 서서히 효력을 발휘하고, 법관 허우창핑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까지 발전한다.

장중핑은 아내와 딸, 세가족의 가장이다. 아내 '탕원'은 박사과정중으로 공부에 집중하고 있고 딸 '샤오위'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여기자 청전은 바로 샤오위때문에 만나게 된다. 선생이 학생의 따귀를 때리자 샤오위가 주동해서 교육위원회에 신고하러 갔고, 이를 본 청전은 기사화하려 한다. 이런 과정에서 사건을 무마하려는 장중핑과 청전은 만나게 된다. (이들은 이후 '미묘한 관계'로 발전) 스토리가 물흐르듯 전개되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TV드라마를 보는듯한 묘미가 있다.

<꽌시전쟁>,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기업경제소설'이라지만 어려운 경제용어나 딱딱한 부분은 없기 때문에 부담갖지 않아도 좋다. 장중핑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소설속에서는 흥미진진한 캐릭터다. 사람과 사람간 '관계'차원에서 이 책을 바라본다면 더 깊은 교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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