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서평단 알림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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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릭 게코스키'는 옥스퍼드대 영문학 박사로 평론가 출신의 초판 희귀본 거래업자다. '희귀본 거래업자'라는게 존재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거니와, 영문학 박사인 평론가가 희귀본 거래를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는 그가 진행했던 BBC라디오 방송 '희귀한 책, 기막힌 사람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저자의 말부터 들어보자. "이 책은 초판본 수집가들이 찾아낸 20세기 중요 저서들의 내력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책의 내력뿐만 아니라 희귀본 거래업자의 내력도 함께 다루었다. (중략) 희귀본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가 최종적으로 누구한테 어떤 곡절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제일 흥미 있어 하는 부분, 즉 금액이 얼마까지 올라갔는지 등등.(p.17,18)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이 출간되기까지 과정은 충격적이다. 무려 22군데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고, 23번째 출판사에서조차 '허황되고 지루한 판타지, 별 볼일 없고 따분함. 요령부득'이라는 평을 받는다. 상상이 되지 않는다.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작품이 저런 대접을 받았다니…다행스럽게 젊은 편집자 찰스 몬티스의 노력과 E.M 포스터의 호평에 힘입어 이 명작은 힘겹게 빛을 보게 된다.

월리엄 골딩과 그의 문헌정리 작업을 하던 저자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그가 본 윌리엄 골딩은 고집이 드세고, 신랄한 기분파다. 원고를 보여 달라는 저자에게 투덜거리고, 기분내키는 대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술을 좋아한다. 윌리엄 골딩은 말년에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희귀본 거래업자인 저자에게 <파리대왕> 자필원고 판매를 의뢰한다. 단 100만 파운드를 받아오라는 단서를 달아서. 저자는 말한다. "20세기들어 그 비슷한 가격을 호가한 자필 원고는 카프카의 <심판>뿐입니다. 그렇게 지불하고 살 사람은 없습니다."(p.48) 하지만 윌리엄 골딩은 자필 원고의 가치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고집을 볼 수 있는 모습.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 J.K 롤링] 저자는 J.K 롤링이 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현자의 돌을 움켜쥐고 있었다(p.235)고 말한다. 그도 그럴 법 하다. <해리포터>시리즈 덕에 그녀는 영국여성 중 최고의 갑부대열에 올랐으며, 출판사와 저작권대행사 역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 작품역시 12군데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당했다. 지금 그 출판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실, 난 <해리포터>시리즈를 읽지 않았다. 어떻게 1권을 선물받아 앞 몇 페이지만 넘겨 봤을 뿐이다. 해리포터 열풍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저자도 비슷한 의견이다. "(전략) 그렇다고 너도나도 입을 모아 책을 칭송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략) 로알드 달과 C.S 루이스의 작품을 원천으로 교모하게 짜집기한 데다가, 부모 간섭을 떠나 신나게 학교로 떠난다는 마법사 전설을 공공연히 덧씌워놓은 것이다."(p.243) 초판본 거래시장에선 해리포터 1권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의 초판본 가격이 폭증하지만, 저자는 '단단히 미쳤다'(p.242)고 생각한다. 그에게 해리포터 열풍은 '마법에 걸린' 뭔가 특이한 현상일 뿐이다.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무척 인상적이다. 희귀 초판본 거래업자이자 평론가인 '릭 게코스키'가 펼쳐내는 책이야기는 희귀 초판본처럼 소중하고 흥미롭다. 20세기 위대한 작가들과 관련된 에피소드, 희귀 초판본의 놀라운 가격등,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보시길 권한다. 소장가치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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