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물을 (양장)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제이콥 얀콥스키란 노인이 있다. 그의 나이는 아흔살 혹은 아흔 세살. 맛없는 영양식보단, 고기찜 요리, 껍찔째 삼은 감자, 자루에 박힌 옥수수를 먹고 싶어하고, 잘난체 하는 전직 변호사 맥긴티를 보며 광분하는 다소 괴팍한 노인. 그렇다. 그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코끼리에게 물은> 제이콥 얀콥스키가 회상하는 1920,30년대 서커스단 이야기와 현재가 번갈아 서술된다.

제이콥 얀콥스키는 코넬 대학(p.103)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서커스와는 전혀 무관할 거 같은 그에게 충격적 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p.34). 얍콥스키는 충격에 휩싸인다. 시험도, 섹스도, 그 무엇도 그에겐 무의미할 뿐이다. 그는 무작정 열차에 오른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뭔가에 이끌려…. 얀콥스키는 열차안에서 이상한 사내들과 맞닥드리고, 블래키란 사내에겐 구타당하기까지 한다. 이들은 도대체 누굴까? 이들은 바로 '벤지니 형제 서커스단'의 일원이며, 얀콥스키가 탄 열차는 바로 이들의 서커스 열차였던 것(p.54)이다. 얀콥스키와 서커스와의 만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독특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소설임에도 다양한 사진자료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진을 통해 이야기의 배경인 1920,30년대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인상적인 사진은, 서커스단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찍은 사진(뚱보여성이 특히 인상적 p.122), 불쌍해 보이는 코끼리 사진(p.220), 미녀와 공연중인 코끼리 사진(p.398)등이다.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자료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는지는 저자의 말 p.547이하 참조)

서커스단과 우연하게 함께하게 된 얀콥스키, 하지만 그에게 처음 주어진 일은 말똥 치우기(p.66)였다. 언제쯤 화려움의 중심에 설까? 그는 서커스단 단장인 '엉클 엘'과 만나고 단장은 그가 수의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에게 동물 진찰을 맡기기로 한다.(p.104) 달리는 기차에선 수의사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얀콥스키는 수의사 대리 겸 일꾼으로 당당히 서커스단의 일원이 된다.

한가지 의문이 생길지 모른다. '제목엔 코끼리가 언급되는데, 도대체 코끼리는 언제 나오는 걸까?' 조금만 기다려 보시길^^ 코끼리는 p.212부터 등장한다. 단장이 거금을 들여 로지란 이름의 코끼리를 구입한 것이다. 단장은 최고의 수확이라며 좋아하지만, 서커스단의 오거스트는 떨떠름할 뿐이다. 과연 얀콥스키는 어떤 일을 겪을까? 로지와는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까? 새러 그루언의 글에 가만히 몸을 실어보자.

<코끼리에게 물은>은 흥미롭다. 새러 그루언의 경쾌한 문장과 서커스라는 독특한 소재가 미국의 1920,30년대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울려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꼭 한번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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