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5월
구판절판


배고픔, 나는 이것을 존재 전체의 끔찍한 결핍, 옥죄는 공허함이라 생각한다. 유토피아적 충만함에 대한 갈망이라기보다는 그저 단순한 현실, 아무 것도 없는데 뭔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소망하는, 그런 현실에 대한 갈망이라고 말이다.-20쪽

까탈스러움, 그래, 바로 이거야. 양과 질을 대립시키는 고루한 방식은 참으로 어리석을 때가 많다. 초월적으로 배고픈 사람의 식욕은 더 왕성할 뿐 아니라 더 까탈스럽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가치 체계가 여기에도 통한다. 위대한 연인들은 알고, 편집증적인 예술가들도 알 것이다. 절정에 이른 섬세함의 이면에는 넘치는 풍요로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25쪽

교수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이 작가의 문체를 분석하시오>라는 식의 이야기를, 나는 물론 기억하고 있다. <이 시는 아주 잘 쓴 시다, 이 모음의 경우 시 전체에서 네 번 나오거든>등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이런 식의 해부는 마치 사랑에 빠진 남자가 제3자에게 애인의 매력을 조목조목 따져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지겨운 일이다. 문학적 아름다움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문학적 아름다움을 경험한 일을 남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마치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자기 애인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혼자 저절로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지 않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경험이다.-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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