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걸즈 라이프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현정수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전장의 걸스라이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젊은 여성들의 좌충우돌 동거기다. 가치관도, 성격도, 생김새도 전혀 다른 4명의 여성, 그들이 펼쳐내는 포복절도 에피소드. 마냥 즐겁고 유쾌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요시자와 도리코는 마지막에 감동을 남겨두었다. <굿모에비앙>에서 가족의 가치, 사랑을 이야기했던 저자가 이 작품에선 갈등하던 이들이 진정한 우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줄거리를 보자. 같이 살던 언니가 결혼하고 떠나자 도모코는 도쿄의 넓은 아파트를 혼자 차지하게 된다. 장난처럼 연이어 불청객이 찾아온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기나코, 미후카, 유미. 도모코는 이들에게 휘둘리던 고교시절을 떠올리며, 힘들어 한다. 허나. 이들은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 결국 도모코 : 기나코, 미후카, 유미의 1+3 동거체계는 반강제적으로 성립된다^^

이어지는 챕터에는 기나코, 미후카, 유미가 '왜 도모코에게 오게 되었는지'가 각각 이야기된다. 등장인물들 모두 개성 넘치기 때문에,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기나코' 유명모델을 꿈꾸는 모델지망생이다. 항상 들떠 있으며 발랄하다 못해 끼가 넘쳐 흐른다. 걱정도 없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머리가 비었다'고나 할까. '미후카' 호스티스다. 가녀리고 여성스러운데다, 남성을 홀리는 특유의 교태로 남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가정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가정적이며, 특히 음식준비와 균형 있는 식단을 중시한다. 의외로 성에는 개방적. '유미' 네명 중 가장 빼어난 미모를 자랑한다. 코스프레 복장을 입는 비쥬얼 밴드 열혈팬.

뚜렷한 캐릭터성을 가진 기나코와 미후카가 사실상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기나코는 특유의 뻔뻔함, 정신없음으로 무장하고 온갖 사건을 일으킨다. 돈도 없이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고, 모델 스카웃을 제의하는 남자를 따라갔다 이상한 비디오를 찍을 뻔하기도 한다. 못 말리는 기나코. 미후카는 호스티스라는 직업이 이상할 정도로 참하게 부엌일을 하며 조용하게 지낸다. 하지만, 사랑에 빠져, 최대사건이라 할 수 있는 '객체의 착오에 기인한 기나코 습격사건'의 원인을 제공한다.(이에 대해선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넷중 여자친구 상대로 한 명을 꼽으라면 누굴 선택할 것이냐고. 유미는 예쁘지만 사귀면 꽉잡혀 머슴처럼 지내야 할 거 같고, 기나코는 발랄함이 마음에 들지만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듯, 다마코는 너무 평범해서 별로. 역시 미후카다!ㅋㅋ 애교넘치고 가정적이고 거기가 요리솜씨까지. ㅋㅋㅋ

다마코를 중심으로 그녀들의 관계양상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마코는 처음 갑자기 들이닥친 그녀들에게 분노한다. 원하지 않는 동거는 갈등을 야기하지만, 곧 융합하고 친화된다. 그러다 기나코의 가해자를 복수하는 방법을 놓고 일시적으로 갈등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진정한 우정을 느낀다.' 이 정도. (분노-갈등-융합-친화-갈등-친화-우정) 다들 떠난 욕실에 남겨진 그녀들의 샴푸 냄새를 맡으며 다마코는 '그리움'을 느낀다. 다마코의 심경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부각되는 부분. 욕실에서 나온 다마코는 '이제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그녀들과 함게할 각오'(p.285)로 똘똘 뭉친다.

<전장의 걸스라이프>는 유쾌하고 즐거운 책이다. 엔돌핀이 마구 솟아난다. <굿모에비앙>이후 후속작을 손꼽아 기다리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역시 요시카와 도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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