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트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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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일본작가가 누구야?'라고 묻는다면, 기리노 나쓰오와 가쿠타 미쓰요라고 답하겠다. '두 작가는 정반대 느낌이지 않아?'라고 반문한다면, 욕망을 분출하고 싶을 땐 기리노 나쓰오,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땐 가쿠타 미쓰요를 읽는다고 말해주겠다. <프레젠트>를 읽으며 깊은 공감을 했다.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다른 작가에게서 이처럼 감동하고 공감한다는 게 자신조차 믿기지 않는다.

[냄비세트]엔 대학에 합격하고 도쿄에 자취방을 구하는 모녀가 나온다. 여러 군데 돌아다녀 보지만 높은 집세 때문에 좁고 낡은 집밖에 구할 수 없는 현실. 모녀는 지친다. 낡은 집 때문에 우울해진 딸은,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 엄마의 말 한 마디 한마디, 맛없는 메밀국수를 맛있다며 다 먹어버리는 행동. 그녀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나 할까? 부모 눈엔 한없이 어리게만 보이는 딸을 홀로 남겨둬야 하는 엄마의 마음을.

저 철없는 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다. 대학에 합격하고 엄마와 자취방을 구하던 나. 높은 집세, 좁디좁은 방, 불쑥 치밀어 오른 짜증. 왜 그랬을까? '이야기 속 엄마'가 딸에게 냄비세트를 선물했던 것처럼, 우리 엄마도 내게 수많은 것을 남기고 내려가셨다. 그 하나하나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 끝없는 사랑, 나 역시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알게 된 어머니의 사랑.

책 소개가 늦었다. <프레젠트>는 '한 사람의 여성이 일생동안 받은 선물'을 테마로 한 이야기다. 12개의 선물이 소재가 되어 연작소설처럼 이어진다.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마쓰오 다이코의 그림이다. 선물이 상기하는 아련한 추억을 훌륭하게 형상화해 냈다. 유년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

<프레젠트>를 읽으며, 내가 받은 선물을 떠올렸다. 거기 담긴 의미, 그때의 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책속에 담긴 아름다운 그림, 근사한 표지, 장정. <프레젠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선물이다.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멋진 책. 2007년의 끝자락에서 소중한 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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