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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기행 - 사막과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에서 터키까지
박종만 지음 / 효형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커피기행>은 커피가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퍼지는 발자취-저자는 커피로드라 명명한다-를 추적한 여행기이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가 어떻게 재배되고, 어디서 재배되는지등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케냐부터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지부티, 예멘, 터키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일대를 누비며 고생한 탐험대의 땀이 묻어나는 책, 국내에 최초로 커피박물관까지 세운 저자의 커피사랑이 묻어나는 책, <커피기행>.
제일 앞장에 '커피 로드의 경로'가 소개된다. 앞으로 여행하게 될 나라들을 개괄하고, 보기 좋게 지도까지 인용하고 있다. 커피하면 콜럼비아, 브라질을 떠올렸는데, 의외로 아프리카에서도 커피가 많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커피는 에티오피아 짐마(과거의 카파)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p.12)되었단다. 그렇구나.
저자는 탐험대를 조직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모집공고를 냈다(p.17)고 한다. 사진과 문학으로 나뉘어 2명을 뽑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 김상범님, 김의진님이 선정되었다. '글솜씨가 좋고, 커피에 열의가 있으며, 밝고 자신감 넘치는 외모의 소유자'라는 점(p.21)이 선정이유. 저자와 박인찬PD포함 총 4명의 탐험대는 이렇게 뭉쳤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 이것부터 이야기하겠다. 탐험대원들은 이후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인 소개도 없다. 저자가 말하는데로 '여행기가 아닌, 커피역사 순례기'(p.9)이기 때문인가? 커피에만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은 언급하지 않는 것인가? 그럴법도 하다. 하지만 이들이 '순례'과정에서 겪은 개인적인 어려움, 감상, 탐험대간 갈등 같은 것도 일정부분 언급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후 커피기행이 딱딱하고, 수박 겉핡기식으로 보이는 이유는 저런 것 때문이다. 김의진씨가 여성분인 것은 나중에 사진보고 알았으니, 이거 원.
탐험대가 첫 발을 내디딘 곳은 케냐다. 국가가 커피산업을 적극 육성해 커피 생산의 요지로 떠오를 케냐.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인 카렌 블릭센이 살던 음보가니 하우스(p.47)도 인상적이다. 이어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등이 이어지는데, 각 국가별로 30페이지 가량 분량으로 소개된다.(에티오피아 제외) 사소하고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원했던 나로서는 너무 적은 분량이다. 위에서 말한 '수박 겉핡기'란 표현은 이런 차원이다. 고생한 탐험대원들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부족한 경비와 빡빡한 일정 때문이었으리라. 저자인들 오랜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기행하고 싶지 않았을리 없다. 현실은 만만치 않으니까. 힘들어하는 탐험대의 고충이 전해졌다. 특히 경비때문에 된장찌개를 먹고 싶어하는 대원들을 챙기지 못하고 미안해 하는 저자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이 책을 통해 많을 것을 알게 되었지만, '분나'란 용어는 특히 인상적이다. '분나'는 바로 커피의 다른 이름이다. 커피의 원산지 에티오피아는 '커피'란 용어대신, '분나'란 용어를 사용한다(p.119)고 한다. 저자와 짐마농대 아두나 학장의 대화를 잠시 인용하겠다. "왜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커피라 하지 않고 '분나'라 부르지요?" "'분나'는 커피를 부르는 현지어입니다. 우리는 커피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커피의 이름이 '카파'라는 지역명에서 온 것은 틀림없습니다.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이지요. 그렇지만 '분나'는 커피를 지칭하는 우리 고유의 언어입니다."(p.121) 네 잘 알겠습니다^^
'커피기행'엔 커피가 없다. 오리지널 모카커피를 꿈꾸며 모카항에 당도한 탐험대.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밍밍한 인스턴트 커피뿐(p.202이하)이다. 또한 아프리카 사람들은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다. 안스러운 노천 커피점(p.73)을 보라. 그들은 커피보다 마약의 일종인 카트에 빠져 있었다. 커피를 밀어내고 재배지를 넓혀가는 카트,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는 우스개가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인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 이 책에 저자인 박종만님과 탐험대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커피'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힘겨운 아프리카를 누빈 그 열정. 국내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의, 멋지다. 많이 배웠다. 커피에 대해서, 그리고 그 열정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