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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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 집중분석

주목되는건 극렬한 대립구조다. 병든 아내와 추은주, '내면여행'과 '가벼워진다'. 병든 아내의 몸은 나무토막(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집 p.45)같고, 추은주의 몸은 조바심이 일정도로 완연(p.26)하다. 똥냄새를 풍기는 아내와 젖냄새를 풍기는 추은주. 이런 노골적인 대립구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위적이란 느낌이 너무 강했다.

추은주를 향한 화자의 시선은 충격적이다. '부하여직원을 향한 상사의 비뚤어진 시선'으로도 볼 수 있지만, 화자는 무관심으로 가장하고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 일종의 반동형성. 오쿠다 히데오의 <마돈나>도 이와 유사하게 '부하여직원에 관심을 가지고 상상속 연애를 즐기는 직장남성'이 등장하는데, 약간은 코믹하게 그려진 그와 이 작품의 화자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웠음.

후각적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된다. 추은주 몸에서 나는 젖내(p.28), 호스티스 음부에서 풍기는 냄새(p.31), 아내가 풍기던 죽음의 냄새(p.45)등. 후각중추가 교란되어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이런 냄새를 맡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생명적 이미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김훈의 다른 작품들에서 이어졌던 후각적 이미지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부각되고 있다.

'내면여행' '가벼워진다'중에 고민하던 화자는 마지막에 '가벼워진다'를 선택(p.49)한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딸을 시집보내고, 아내가 키우던 개 '보리'마저 안락사시킨 화자는 가벼워진 것일까? 홀가분 해진 것일까? 화자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면 그리 ‘가벼워’질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를 괴롭히는 방광염까지 떠올린다면 더더욱.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난 병든 아내와 추은주를 대립구조가 아닌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싶다. 즉, 유년의 모습(추은주가 낳은 여자아이) -> 성년의 모습(추은주 혹은 화자의 딸) -> 노년의 모습(아내) -> 화장(죽음). 이런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화장’은 삶을 마무리하고 육체를 태워버리는 동시에, 새로운 탄생을 위한 필수이다. 그렇기에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아내가 키우던 개의 이름이 ‘보리’인 것은 이런 순환적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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