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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머지않아 '고전'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두 여인의 신산한 삶, 고뇌, 충격적이었다. 처음 접하는 이슬람권-아프가니스탄-작품이라 생소한 단어도 많았고, 이해할 수 없는 장면(특히, 지독한 남성우위)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이 작품의 약점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과 충격은 그 자체로 의미있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두 여성, 마리암과 라일라의 이야기다. 1부는 마리암의 이야기가, 2부는 라일라의 이야기가 화자를 달리해서 서술된다. 3부부터는 두 여인이 함께하게 된다.
마리암. 부유층인 '잘릴'과 가정부 '나나'사이에서 태어난 소녀. 잘릴은 잠깐의 불장난으로 태어난 나나와 마리암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웠던 것일까? 결국 나나와 마리암은 마을 외딴곳 움집에서 살게된다. 하지만 잘릴은 완전히 이들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꾸준히 일용품을 보내주고, 마리암과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마리암과 잘릴의 관계는 다정한 부녀관계이상이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마리암은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고 간청한다. 자신을 직접 데려와 달라고. 하지만 약속시간이 되도 그는 오지 않고, 결국 잘릴의 집으로 찿아간다. 그렇게 믿던 아버지였건만 마리암은 집안으로도 들어가지도 못한다. 마리암의 상처, 실망. 아버지와 그 집안에 끔찍하리만치 냉소적이었던 나나의 말이 맞는 것이었다. 마리암은 잘릴의 진면목을 알아 버렸다.
나나가 자살하고, 혼자 남은 마리암은 잘릴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들에게 마리암은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마리암을 내쫒듯이 시집보내기로 하는 그들. 결국 마리암은 20살 가까이 차이나는, 거기다 결혼 경험까지 있는 구두장이 라시드와 결혼한다. 조선시대 서로의 얼굴도 모른채 혼례를 올리던 그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라일라. 신산한 마리암의 삶에 비하면 라일라는 행복한 편이다. 가족들이 있고, 타리트란 친한 이성친구도 있다. 하지만 전쟁과 폭력은 라일라에게서 행복을 빼앗아 버린다. 혼자 남은 라일라. 그런 라일라를 돌봐준게 바로 라시드다. (마리암과 라일라의 접점은 바로 라시드인 것) 라시드는 마리암과 라일라의 반대편에 선 인물로, 악의 근원이다. 툭하면 이어지는 구타, 모욕, 끔찍한 전근대적 남편의 전형이랄까. 그가 라일라를 돌봐준 것은 다른 속셈이 있었다. 예쁜 그녀를 자신의 첩으로 삼으려 했던 것. 그 과정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는데, 이는 밝히지 않겠다. 가엾은 라일라.
라일라가 첩이 되면서 찬밥신세가 된 마리암은 라일라를 질투하고, 둘은 갈등한다. 하지만 라시드란 공통의 적을 상대하며 이들은 점점 하나가 된다. 마리암과 라일라는 자유를 찿아 몸부림치지만, 사회는 여성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그녀들의 분노는 극적으로 폭발하는데…
라일라와 마리암에 가해지는 라시드의 폭력, 이에 저항하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제지 당하는 장면, 억압당하고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 '델마의 루이스'같은 느낌도 약간 들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 정말 멋진 작품이다.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