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 근대 망령으로부터의 탈주, 동아시아의 멋진 반란을 위해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5월
절판


<경국대전>까지 들먹이면서 강남 귀족 중심의 생활 환경을 변화시켜 보려는 움직임을 막아버린 2004년 연말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명확하지 않은 관습과, 다수 국민의 의사가 명확히 반영된 성문헌법을 구분하는 근대의 법 체계상 성립할 수 없는 억지 이론을 만천하에 내놓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권위를 치명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가 해서였다. 그러나 기득권의 사수 선언문의 역사적 맥락을 생각해보니 그들의 역사적ㆍ문화적 생리상 이런 '관습'운운은 꽤 자연스러운 것이었다.-125쪽

국내의 교내 폭력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학생이 교사를 때린 '교권 침해'사건이 일어나면 곧바로 '충격적인 뉴스'가 된다. 물론 교사에 대한 모독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육적 체벌이라는 미명으로 휘두르는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적 폭력은 특별히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한 학생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거나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는 인격 모독을 해도 사회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학생이 교사의 권위를 약간이라도 손상시키는 언행을 하면 막대한 불이익이 돌아가지만, 반대로 체벌 관련 대법원의 판례로 봐서 교사가 학생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몇 차례 빰을 때리는 것쯤은 아직 법적인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166쪽

일본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 반 세기가 지났고,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아예 법적으로 규정된 적도 없는 '간통죄'를 동북아 주요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만이 원칙상 적용하지 않는가? 두 남녀가 정이 깊어 서로에게만 충실한다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윤리'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무장한 국가가 개개인의 성생활을 규제ㆍ감시ㆍ심판ㆍ처벌한다면, 위선과 폭력이 난무하고 비극의 씨앗이 뿌려진다. 결국 용감한 소수는 모든 탄압에도 불구하고 '금지된 사랑'에 도전하지만, 순응하는 다수는 국가가 만든 윤리법을 하늘의 법으로 알고 내면화하기에 이르는 것이다.-281쪽

육체를 타고나서 식욕이나 색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헛소리일 뿐이다. 억제할수록 더욱 심해질 뿐이고 오직 어지러운 상태에 이르지만 않으면 군자다. 그 욕망을 억지로 억누른다면 은근한 음행을 범하게 돼 풍속을 어지럽힐 가능성이 높다. 불교를 아내 삼아 평생 독신으로 살 영웅이 있다면 그를 존경하지만, 평범한 이의 수준에 맞추자면 관세음보살이 미인으로 몸을 나타내 음탕한 사나이를 제도했다는 고사대로 하나의 방편으로 수행자에게 결혼을 허해야 한다. <조선불교유신론>,1913-317쪽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냉정하게 잘 이용해오고 있는 '티베트 문제'의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국의 행동이 미국 지배층들의 이익을 철저히 따르는 만큼, 우리의 운명을 그들의 판단에 한순간도 맡겨선 안 된다. 만일 미국의 군수기업과 네오콘들이 필요하다면 북한을 침략하는 일도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그때 가서 미국에 환멸을 느껴봐야 이미 늦을 것이다. 미군의 북침으로 한반도가 사막화되어버리는, 생각하지조차 끔찍한 참사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남북의 다방면의 공조 강화와 반전과 평화 운동, 그리고 미군 철수를 위한 운동등일 것이다.-3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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