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얼굴의 아이>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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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얼굴의 아이 ㅣ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우울한 얼굴의 아이>가 처음 읽는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이다. 그의 '마지막 장편' 3부작 첫 소설인 <체인지링>도 읽지 않았다. '여럽다, 읽기 힘들다'란 평이 많아 걱정했지만, 읽어보니 정반대였다. 흥미로웠고, 몰입력 역시 대단했다.
초반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노트에 일일이 기록하며 읽었다. '첫 소설 <체인지링>을 읽었다면 바로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약간의 아쉬움. 특히, 고로의 자살과 관련된 '그 것'에 대한 이야기(p.136), 아내 지카시와 고로의 관계, 독일로 떠난 지카시, 등은 더욱 이런 아쉬움을 심화시켰다. (<체인지링>에서 '나가에 고기토'로 번역했던 것을, 이번부터 '조코 고기토'라 번역한다고 하는데, 왜 바뀐건지 궁금하다. 저자가 어떤 의도로 칭한 것을 <체인지링>에서 놓친 것일까?)
이야기는 조코 고기토가 아들 아카리와 함께 고향인 시코쿠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또한 고기토의 소설을 연구하는 로즈라는 미국여성도 함께 지내게 된다. 하지만 고기토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고기토가 귀향한 이유는 '동자'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 이와 관련해 친척인 '고기이'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어린시절 고기토는 '또 한 사람의 자신'과 살고 있었다고 믿었고 그 다른 한사람을 바로 고기이라고 불렀다. 이 모순적 관계, 모호함. 과연 동자와 관련된 전설, '고기토 내면의 고기이'는 뭐란 말인가?
'마지막 장편 3부작'은 철저히 오에 겐자부로 자신의 이야기다. 소설속 '조코 고기토'는 곧 저자의 분신, 아니 그 자체다. 특히 노벨상 수상과 우익단체의 협박, 안타까운 가족사는 읽는 내내 가슴이 쓰렸다. 왜 그를 가만두지 않는가? 일본 국내에서 주는 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테러를 가하는 우익, 양심적 지식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폭력, 장애인 아이를 향한 차별, 오에 겐자부로의 고충을 절절이 느낄 수 있었다.
고기토의 소설을 연구하는 미국여성 로즈는 인상적이었다. 소설속에서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에 대한 평을 접하는 듯한 느낌. 로즈는 <돈 키호테>를 그의 소설을 이해하는데 많이 차용하고, 소설 전반적으로 <돈 키호테> 관련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부분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만하지만, <돈 키호테>를 제대로 읽지 않은 나로서는 부담이 됐다. (어린시절 요약본 생각만-_-) 또한 고기토가 일본의 전래동화인 '모모타로'이야기를 분석하고 강연하는 부분이 있는데(p.186이하), 이야기 전개와는 무관하게 아주 흥미로웠다.
부끄럽다. <우울한 얼굴의 아이>가 가지고 있는 깊은 교훈을 이해하지 못한 내가 리뷰랍시고 쓴다는 것 자체가. <우울한 얼굴의 아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흥미로웠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원로작가의 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