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 김갑수의 세상읽기
김갑수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는 김갑수님이 한겨례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은 시사칼럼집이다. 사실 김갑수님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문화평론가인지, 언론인인지, 뭐라 호칭해야 할지 이 글을 쓰면서도 고민이었다.

놀랍게도 책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내 이름 아래 대략 다섯 개의 타이틀이 붙어 다닌다. 시인, 문화평론가, 출판평론가, 방송인, 음악 칼럼니스트. (중략) 원고를 쓰거나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고는 한다. '직함을 뭘로 달아야 할까요?' 민망한 일이다. 이럴 때 내 대답도 언제나 같다. '아무거나 편한대로 쓰세요.''(p.123,124) 내가 보기엔 저자는 시인, 음악평론가가 어울린다.

말이 나온김에...음악평론가를 떠올린건 저자의 음악사랑 때문이다. 정말 놀랐다. 30여년간 음악과 함께하고 3만장이 넘는 음반을 가지고 있는 저자.(p.132) 500여 장의 LP를 구입해서 하루에 세시간씩 들을 계획을 세운 저자.(p.144)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뮤지션들이 좋아서 미칠 것만 같다. 음악에 앞서 그 음악에 관계된 사람들을 사랑한다. 세상의 모든 작곡가들, 온 세상의 연주가들이 낸 음반을 모조리 구해놓고 어느 날 지진이라도나면 그 더미에 깔려 압사하는 것이 꿈이다."(p.144) 음반에 깔려 죽는 것을 꿈꾸는 그에게서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낀다. 나 역시 같은 꿈을 꾼다. 세상 모든 책에 둘려쌓여 헤엄치는 그런 꿈. 깔려 죽기는 싫다^^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리안 버티고]는 한국, 한국인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영혼의 변명'과 '진실한 사랑'의 이중주]는 저자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팔짱 낀 자세는 아름답다]는 주로 정치이야기가 이어진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노무현 탓! 노무현 탓! 노무현 탓! 그렇다면 묻는다. 당신은 대체 무엇을 했는가? 저야 뭐 힘없는 야당이니까요, 핍박받는 언론이니까요, (중략) 전면적인 국가성장과 더불어 난마처럼 복잡다단해진 갈등과 대립의 원인을 4년차 대통령 탓으로만 돌리고 면피하는 것은 너무 쉬운 해답이 아니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p.288) 공감이 간다. 뭐든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 말꼬리 잡는 언론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저자는 말한다. '범국민적 화풀이의 대상, 불행한 왕따 대통령만 퇴임하고 나면 이 땅에 과연 멋진 신세계가 도래할 것인가?'(p.289)라고.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도 독특했으며 괜찮았다. 김갑수님의 세상읽기, 그 속으로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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