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큐리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간호사 프랑수아르 샤베뉴, 그녀는 자기의 양녀를 돌봐 달라는 늙은 선장의 요청으로 외딴섬 '모르트프룽티에르'(죽음의 경계란 뜻)로 가게 된다. 삼엄한 몸수색, 이상한 지시사항, (치료이외엔 질문하지 말 것, 양녀의 겉모습을 평가하지 말 것등) 드디어 샤베뉴는 선장의 양녀인 '하젤'이란 소녀를 만난다. 샤베뉴는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둘 사이 관계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머큐리>는 매력적인 책이다. 일단 그 설정부터 독특하다. 욕망을 위해 소녀를 철저히 속이고, 쇠뇌시켜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늙은이. 진실을 알아내고 소녀를 구출해 내려는 간호사. 그리고 '죽음의 경계'라는 의문의 섬.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또한 선장 롱쿠르와 샤베뉴사이 오가는 대화(논쟁?)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미 대화로만 구성된 아멜리 노퉁브의 소설을 읽어 그 충격은 덜하지만 분명히 알았다. 생동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등장인물의 대화야말로 아멜리 노통브 소설의 묘미라는 것을 말이다.

하젤은 자신의 얼굴이 폭격때문에 심하게 망가졌다고 믿고 있다. 물론 이는 선장 롱쿠르의 철저한 기망과 쇠뇌때문이다. 선장은 하젤이 자기 얼굴을 확인할 수 없게 하기 위해 집안에 있는 모든 거울을 없앤다. 또한 모습이 비치는 고인물, 냄비 같은 것까지. 초창기 거울을 보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하젤에게 특수제작된 거울을 보여줌으로써 완벽하게 그녀를 기망한다. 가엾은 하젤.

점점 선장 롤쿠르의 추악함과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죽음의 경계'란 섬의 내력과 '아델'이란 새로운 소녀이야기까지 밝혀진다. 충격에 빠진 샤베뉴는 하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샤베뉴마저 감금당하고...

위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아 결말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특이한 것은 저자가 두가지 다른 결말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다른 결말을 쓰고 싶은 절박한 욕구에 시달렸다. 그 욕구를 해소하고 나자 두 가지 결말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각각의 결말이 내 정신에 똑같은 권위를 행사했고, 둘 다 당혹스러운 만큼 준엄한 등장인물들의 논리에 부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둘 다 싣기로 결정했다.'(p.169)

그래서 한번 끝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p.171이하) 새로운 결말을 향해서. 저자의 말처럼 두가지 결말 모두 논리정합성을 가지고 있으며 흥미롭다. 둘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시길. <머큐리>는 아멜리 노통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꼭 읽어보시길.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 제목인 머큐리의 의미는 p.131에 서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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