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아이 -중 영원의 아이
텐도 아라타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1999년 7월
구판절판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고 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욕구나 바람을 우선시하고 있어. 그런데도 모든 것을 자기 아이를 위해서라고 하고, 자식이 고마워하지 않으면 은혜를 모른다고 화를 낸단 말이야. 오히려 자식 쪽이 참으면서 어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경우가 더 많은데도, 어른들은 부모 마음을 몰라 준다고 나무라기만 해. 아마도 부모는 그런 사정을 잘 모르고 있을 거야. 무엇이 인간의 행복인지……. 아무도 자기가 배운 것 이상으로는 행할 수 없어. 어린이 된 후에도 어릴 적에 배운 것, 자라면서 환경을 통해 익힌 것을 그냥 반복하는 데 지나지 않아. 부모도 어린 시절에는 그들의 부모가 하는 말, 하는 일을 참고 따르고, 이해하기 힘든 명령에도 싫다는 말 한 마디 못 하고 지내 왔을 거야. 부모가 하는 일들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도, 고마워해야만 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런 아이가 부모가 되면 이제 자기 자식한테 사랑을 주는 힘이나 빼앗는 힘 모두를 가지게 되니까, 그 힘을 무의식적으로 휘두르며 자식을 지배하려고 하지. 때문에, 어린아이가 말대꾸를 하거나 반항이라도 하면 화를 내는 거야.(이어짐)-100쪽

자신을 억제할 수가 없으니까. 특히 어머니란 존재는 불쌍해. 남자는 밖에 나가서 제멋대로 행동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지. 남자란 어차피 어린아이니까. 여자는 그렇지가 못해. 어머니가 되어도 누군가의 자식임에는 변함이 없어. 어리광을 피우고 싶을때도 있을 것이고, 모든 것을 의지하고 싶을 때도 있을 테지만, 늘 남편이나 남편의 가족들에게까지 어머니의 역할을 강요받게 되지. 나이에 관계없이 부모가 되는 순간 그렇게 되고 말아. 결국, 어머니란 존재가 안심하고 어리광을 피울 수 있는 대상은 아이밖에 없는 셈이야. 자기가 어린아이로 돌아가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자기 자식밖에 없는 거야. 때문에, 한층 어린아이의 반항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거라구. 그렇지만 어린아이도 당하지만 하지는 않아. 참고 있다가 언제가는 웃기지 말라고 대들지. 당연한 일 아니겠어? 부모란 입장은 물론 어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 그렇다고 아이의 입장이나 감정을 무시하면서 다루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어머니에게 항상 좋은 감정만 품게 되지는 않으니까. 부모가 애정표현에 인색한 사람이라면...어린아이라고 해도 울면서 반격을 가하게 되는 법이라구."-101쪽

"상대방이 아무리 무겁고 고통스런 고민을 고백한다 해도 그걸 온전히 견뎌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중략) "그렇게 힘들고 무거운 고민인데고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은 아무 느낌없이 그냥 듣기만 하고 때문이에요. 귀로는 듣는 척하지만, 마음은 닫고 있으니까요. 상대방 입장에서 똑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려 하다가는 자신도 구렁텅이에 빠져 버릴 그런 고민도 세상에는 있는 거란 말이에요."-163쪽

"때로 이 세계는 부모라고 해서 반드시 성숙한 어른은 아니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 아이이면서도 부모가 될 수 있으니까.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아이의 모든 것을 맡긴다면, 아이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때도 있거든. 아이를 기르는 일이 경쟁이 아니라는 것을 왜 가르쳐 주지 않는 거야. 나아갈 길도 가르쳐 주지 않고, 미숙한 부모만 책망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아이를 때리는 것과 다를 게 없어."-284쪽

엄마…당신은, 내가 정말로 사실을 얘기해 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야. 진심은 그런 게 아니지. 이렇게 달려온 것은 나를 생각해서가 아니야.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마음, 그 괴로움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서 달려왔을 뿐이야. 엄마가 바라는 것은 엄마를 안심시켜 달라는 것이겠지. 엄마가 나한테 듣고 싶어하는 말은 엄마가 기절해서 나자빠질지도 모르는, 그런 진실이 아니야.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진실이 아니라구. 나 혼자만 참고 지내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짓말로 똘똘 뭉쳐진 말을 들려 달라고, 그렇게 바라고 있는 거야….-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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