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만 생각해 보면, 어린시절 읽던 동화나 아동소설이 더 재미있었다. 최영재, 이동렬, 이슬기, 신동일 작가님 것을 많이 읽었다. 기억에 남는 건, 지경사에서 나온 '별난 가족' '요술친구 깨묵이의 별난모험' '엄마도 장난꾸러기였데요' 등등.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방귀봉씨가 주인공인 소설시리즈도 엄청 재미있었다. 갑자기 이 말을 꺼낸건 <나무>를 읽으며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손자 나무와 할아버지 나무의 대화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성부터, 교훈적인 내용, 부담없는 분량까지. 잔잔하고 따뜻하다. 장편소설이라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각 챕터가 독립적인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며, 할아버지 나무, 손자 나무라는 전체적인 설정에 녹아든다. 단편들이 연작형식으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

할아버지 나무는 '그 집' 부엌밖에 자리잡고 있는 100살 가까이 된 밤나무다. 손자 나무는 이제 겨우 7살된 밤나무. 손자는 묻는다. "할아버지를 이곳에 심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p.17) 할아버지는 조용히 손자에게 옛이야기(p.18이하)를 들려 준다.

<나무>는 성장소설이다. 아직 모든 것에 미숙한 손자 나무에게 할아버지 나무는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추운 겨울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를 시샘하는 손자에게 '세상을 보는 깊고 따뜻한 시선'(p.41)을, 세상을 자유롭게 떠돌고 싶어 하는 손자에게 '바람과 구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p.83)을...그 외 많은 것을.

손자 나무는 스스로 깨우치기도 한다. 보잘것 없는 냉이꽃에게 온갖 나쁜말을 쏟아내는 손자나무, 하지만 냉이꽃은 냉정하게 손자 나무에게 꽃과 나무들의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떤 꽃과 나무도 모양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단다.'(p.95)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냉이꽃에게 사과하는 손자 나무. 이런 성장은 밤송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드디어 손자 나무가 밤송이를 맺게 된 것(p.157)이다. 하지만 작은 태풍에 밤송이는 떨어져 버리고, 손자 나무는 더 큰 교훈을 얻는다.

'작은 나무는 나무도 이렇게 무엇을 잃어 가면서 배우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자신이 부쩍 자란 것 같았다.'(p.161)

<나무>를 읽으며 가슴이 훈훈해졌다. 자애롭게 삶과 교훈을 들려주는 할아버지 나무를 보며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할머니 생각도 했다.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해져 버린 독서습관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