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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이야기 ㅣ 트리플 29
성혜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평점 :
소설 3편과 에세이 1편이 실려있다.
[귀환] 10페이지부터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었는데, 감탄이 나왔다. '이렇게 이야기를 쌓아올리고, 매혹시켜야 소설가라 할 수 있구나...' 라는. 빙의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었고, 수임의 내면묘사, 남편(혹은 가족)과의 갈등묘사가 훌륭했다.
[꿈속의 살인]도 멋진 작품이다. 화자는 꿈속에서 재수학원 친구 나겸, 냄새나는 직장동료, 어머니를 살해한다. 왜 화자는 저런 행동을 할까? 이 지점을 되짚어가며 화자에 몰입하면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어머니와 화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생생하고 공감이 되며, 마지막 '선양 민박'에서의 미묘한 긴장감과 충격적 결말이 아주 좋았다. (※스포일러. XX는 '일제 공구'에 처맞아 죽지 않았을까?)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위 두 작품 모두 마무리에 힘이 없다. [귀환]은 엄청난 초중반 흡인력에 반해 결말이 밋밋하고, [꿈속의 살인] 결말부도 작가가 많이 자제하는 게 보였다.(화자, 어머니, 오선양 사이 칼부림이 나거나, 오선양이 등산객을 살해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냥 개인생각)
[원경]도 줗다. 5년전 헤어진(차버린) 연인을, 암진단 직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화자 신오가 느끼는 죽음의 공포, 원경에 대한 미안함(?),반성(?) 이런게 잘 그려졌다. 원경의 이모가 살고 있는 산이 뭔가 몽환적으로 느껴져 (금캐기 전까지) 몰입도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