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니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지니아>는 한가지 사건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구성을 취한다. '사실은 어느 한 방향에서 본 주관에 불과하다'란 말의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는 구성. 사실 저런 구성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사카 코타로, 요시다 슈이치 역시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고, 바히이 나크자바니의 <새들백>의 경우 <유지니아>와 거의 유사하다.

중심이 되는 사건은 이렇다. '아오사와가(家)' 당주의 환갑과 할머님의 미수(88세 생일)가 겹치는 날, 집으로 독이든 음료가 배달된다. 음료에 독이 든 사실을 모르고, 모인 사람들은 음료를 돌려 마시고, 결국 17명이나 되는 사람이 희생당한다. 살아 남은 앞 못보는 소녀,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사건, 엉뚱하게도 음료를 배달했던 청년이 범행을 시인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는데…

작품의 주요 특징은 첫째, 저자는 사건의 범인이 눈 먼 소녀(아오야마 히사코)을 암시하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거의 그가 범인임을 확정해 버리는) 서술을 한다. 그리고 그녀가 사실은 눈이 안보이는 것이 아닐거라는 사람들의 의혹을 부각시켜 한층 의심스럽게 만든다. (특히 사건을 담당한 형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부각. p.325이하)

둘째,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사건의 범인과 범행동기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저자는 히사코가 범인인 것처럼 서술하지만, 난 책장을 다 넘기고 나서도 누가 범인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그럼 히사코가 범인이 아니잖아. XXX가 범인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또한 음료를 배달한 청년과 소녀와의 관계, 어머니와 소녀의 관계, 파란방과 하얀꽃의 의미, 아오사와가(家) 독살사건과 '유지니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등…모호한 것 투성이다.

셋째, 앞서 이야기한 독특한 구성을 저자는 잘 풀어 갔다. 역자 후기를 보니, 온다 리쿠는 '긴 소설을 하나의 시점으로 이어가는 것보다, 다양한 시점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는데, 이런 구성은 절묘하게 어울린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핵심사건 하나를 둘러싸고 나머지는 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라, 전체적으로 내용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약간은 지루했다.

<유지니아>를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분위기 묘사였다. 사건을 둘러싼 그리고 노란비옷을 입은 청년의 우울한 분위기, 그리고 주적주적 내리는 비. 정말 대단했다. 또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와 이웃 삼남매의 셋째, 사이가 마키코의 추적기- 도서'잊혀진 축제'의 취재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 유지니아의 의미는 p.399에 서술되니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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