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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기다리다 - 제13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 스포일러 있음
'이토야마 아키코'의 작품은 이번이 세번째다. <바다의 선인>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그리고 <바다에서 기다리다>.
이토야마 아키코의 작품은 쉽게 읽힌다. 하지만 이것이 '가벼움'을 뜻하는 건 아니다. 어깨에 힘주지 않고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능력, 이거야 말로 최고의 매력 아닌가? 어머니가 들려주는 동화처럼 차분하게 이야기는 진행되며,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빠져 버린다. 특히 초반, 후토짱을 회상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저런 느낌이 강하다.
오랜 직장 동료인 화자와 후토짱의 관계는 인상적이다. 우정을 넘어서는 감정을 가진 듯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동료관계를 유지한다. 후토짱과 이구치의 결혼을 바라보는 화자의 심정을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아쉬움, 질투심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후토짱의 결혼은 이들에게 '영원한 우정'을 가능케 했다.
후토짱의 어이없는 죽음, 그리고 만남. 갑작스런 유령의 등장이 하나의 반전이 되지만, 유령은 화자의 내면에 숨쉬고 있던 후토짱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즉, 화자와 후토짱의 유령이 만나는 것은 화자 내면의 만남이다. (뭐, 이 부분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
<바다에서 기다리다>, 이토야마 아키코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분량도 단편과 중편의 중간정도이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 <바다에서 기다리다>는 <바다의 선인>과 여러면에서 유사하다. 후토짱의 유령이 등장(p.70) / '환타지'라는 신神이 등장, 화자와 가장 가까운 후토짱의 죽음(p.48) / 나카무라의 죽음, 경쾌하고 상큼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슬퍼지는 것, 등등. 둘을 비교해 가면서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뒷장에 실려 있는 시
다마에
너는 큰 개양귀비다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다
꼭 껴안아주고 싶어
해질 무렵 너를 생각한다
석양은 규슈를 향해 저물어간다
다마에 다마에 다마에
밤이 되어도 외로워하지 마
내 마음은 네 것이니까
바다에서 기다릴께
작은 배로 네가 다가 오기를
나는 큰 배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