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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동화같은 이야기다. '사사키 아츠코'의 삽화도, '에쿠니 가오리'의 글도, 등장인물도…
'옛날 호랑이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식의 '~했습니다, ~이었습니다' 문체가 사용된다. 차분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등장인물은 '모자, 오이, 2'이다. 처음 사람의 애칭내지는 별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p.50 경마로 수중에 가진 돈을 전부 잃고 교통비가 없어 고생하는 부분, '그는 모자를 쓰고 돌아왔습니다.' '오이의 말에 의하면 조깅은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오이의 과육을 죄어 주고, 몸 속 수분을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습니다.' 같은 서술이나, p.135 오이의 고향에 함께 내려간 모자와 2를 열렬히 맞아주는 오이의 가족의 모습, '2와 모자가 환성을 지릅니다. 창밖에 오이의 가족이 서 있습니다. 대체 몇 명이나 될까. 뚱뚱한 오이, 마른 오이, 나이 든 오이, 어린 오이…모두 웃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같은 서술을 보면, 이들이 사람이 아닌 실제 사물 모자, 채소 오이, 숫자 2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호텔 선인장>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동화'이다. 도대체 저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쓴 것일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일까? 우정? 만남과 헤어짐? 글쎄…
힘들게 메시지 따위는 찿지 않겠다.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고민할 정도의 감동을 받은 것도 아니니. 하지만 굳이 주제나 메시지를 찿는다면, 젤 앞에 씌어 있는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 30분만에 다 읽었고, 5분만에 서평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