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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속마음 -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실 밖 친절한 상담
하지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25년을 살면서 아직까지 내 자신을 잘 모르겠다. 정말 좋아하는게 뭔지, 어떤 이성을 좋아하는지, 뭔 생각을 하는지. '난 이것을 좋아해, 난 이런 생각을 해' 그렇게 느끼지만 정말 그럴까? 돌이켜 보면 그건 한때의 선택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당신의 속마음>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의 심리 이야기이다. '남과 여' '부부 리포트' '시네마 테라피'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6페이지 정도의 글이 모여있다. 읽으며 느낀 가장 큰 특징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다소 딱딱해 질수도 있는 주제지만, 저자는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깊은 공감과 재미까지 선사한다. 이 책의 주목적이 '재미'에 있지 않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저자의 심리분석은 역시 대단했다. 한문장 한문장 공감한게 한둘이 아니다. '왜 자꾸 훔쳐보고 싶을까?'(p.49)에는 소개팅전 상대의 미니홈피, 블로그등을 뒤져 정보를 파악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저자는 이를 '훔쳐보기의 일상화'로 표현한다. 공감이 간다. 저런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저자는 관음과 노출심리에 대해 말한다. '관음과 노출의 심리는 인간 보연에 내재되어 있고,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중략) 훔쳐보기의 대척점에는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 두 가지 모두가 인간의 본성이다.'(p.51,53) 굳이 프로이트나 라캉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공감이 된다.
'지금 어디야?'(p.126) 이에 대한 분석도 흥미로웠다. 사례에는 '지금 어디야?'라고 반복적으로 묻는 아내와 이에 분노하는 남편이 등장한다. 남편은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에 분노하지만, 아내는 단지 친밀감을 유지하려는 일상적 행동이다. 이런 차이가 갈등의 시발점인 것이다.(p.127참조) 저 말은 들으면 기분은 별로지만, 이상하게 많이 쓰게 된다. '지금 어디가?"와 더불어. 저런 무의식적 이중적 태도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으니.
<당신의 속마음>은 이성간에 미묘한 심리적 갈등 내지 남녀관계 그 자체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2장 '부부 리포트'도 넓게 보면 남녀관계의 연장이다. 이는 이 책이 남녀간의 심리적 갈등을 극복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남자, 그 여자가 무심코 던진 그 한마디, 그에 담긴 심리를 이해함으로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p.102 '난 괜찮으니까 갔다 와'를 읽는다면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부담없이 한 꼭지씩 읽어가면 어느새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생생한 사례여서 흥미롭고, 유익하다. 많이 아는것 같지만 사실을 잘 모르는, 아내나 남편, 이성친구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상대의 말 한마디에 담긴 속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해 질 것이다.
* 수록되어 있는 삽화도 괜찮았다. 일부러 어설픔을 연출한 듯한 그림과 글은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