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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의 애정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키 162cm, 몸무게 50kg의 빈약한 체격, 소심한 성격,(p.53)의 나카무라 마사히라. 멋진 남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적어도 신체조건상으로는 말이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의 연애경험 밖에 없다. 그의 사업수완은 대단하다. 단팥죽 체인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키라의 '배신'으로 상심한 상태에서 과감히 시도한 사업확장이 성공해 버렸다.
아키라의 배신? 도대체 아키라는 누구며, 어떤 배신을 했다는 건가? 아키라는 호스티스다. 술집에서 마사히라를 만나 그와 사귀었다. 하지만 '사귀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그녀는 마사히라에게 거짓말을 하고 돈을 뜯어내려 했다.(p.113-115) 마사히라는 모든게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으리라. 아픈 추억으로 남아버린 단 한번의 사랑.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던 그녀, 그건 그만의 착각이었던 것인가?
<얼마만큼의 사랑>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작품이다. '수상작 없음'이었던 제136회 나오키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받았다는 작품. 인상적인 특징은 '가독성이 좋고, 부드럽게 읽힌다'는 점이다. 특별한 고민없이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그만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겠다.
이야기의 핵심은 '마사히라와 아카리의 사랑'이다. 스토리는 간결하다. '만남 - 사랑 - 배신(적어도 외부적으로 보면) - 헤어짐 - 화해 - 재결합' 이런 구성에서 저자는 '아카리의 배신과 그 진실'을 주목한다. 즉, '아카리가 마사히라를 배신하기는 했지만, 뭔가 사정이 있지 않을까'하는 뉘앙스를 풍기며, 진실의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것이다.
드러나는 진실을 통해, '아키라의 배신'은 사실 그녀의 의사가 아님이 드러난다. 사랑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애물들.
비중있는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키즈 유미히코.(p.120) 그는 영적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점쟁이다. 마사히라가家에서 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의 어머니는 거의 광신도 수준으로 그의 말을 신뢰한다. 의외로 마사히라도 그에게 강하게 의지하는데, 좀 특이했던 부분.
위에서 '가독성이 좋은게 하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왜 <얼마만큼의 사랑>은 가독성이 좋은가? 문체나 구성을 떠나, 근본적인 이유는 '스토리가 진부하기 때문'이다. '얼굴은 못났지만 사업은 성공을 거듭하는 능력있는 남자, 예쁘지만 가난한 밑바닥 인생 호스티스, 둘의 운명적 사랑.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갖가지 장애물. 결국 한번 파국을 맞지만, 결국 오해를 풀고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다.'라는 이야기. TV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내용이다.
소설이 꼭 색다른 소재, 실험적인 구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뭐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겠지. 편하게 달콤한 드라마보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감동할지도…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만한 작품이다.